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최순실(62)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사적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로 하여금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며 "삼성·롯데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 범행과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에 큰 혼란이 생기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했다"며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타인에게 나눠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의무와 권한을 저버렸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최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책임을 주변인들에게 전가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최씨와 함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과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로비를 한 점이 확인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4천29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통해 국정농단 사건에 김정태 KEB하나금융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머물 당시 특혜대출을 도운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재판부는 "최씨가 박근혜에게 이상화 발령을 부탁했고 안 전 수석이 김 회장에게 발령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전 수석의 강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안 전 수석 말을 듣고 함영주 하나은행장에게 이상화 승진을 지시했다면 이 또한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은 같은 혐의로 지난해 2월 김정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