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가 발생한 은행들이 지주사 회장과 경영진 지인에게 채용특혜를 주기 위해 별도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계는 비리사건이 발생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금융권 노사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KB국민·KEB하나·JB광주·BNK부산·DGB대구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넘긴 자료에 하나·국민은행 특혜채용 리스트가 포함됐다.

하나은행 리스트에는 5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전원은 2016년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 중 시험성적으로만 당락을 가르는 필기전형을 6명이 통과했고,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남은 이들 모두가 합격했다. 계열사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 사외이사 지인 자녀가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합격했다. 리스트에는 추천자가 '사외이사'로 명시돼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20명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나왔다. 이들은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까지 간 이들은 모두 합격했다. 특혜채용이 의심되는 3명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됐다. 금감원은 20명 중 비교적 특혜채용 정황이 뚜렷한 3명 외에도 최종합격자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동계는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금융지주 경영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20명 규모 리스트에는 김아무개 전 사외이사 자녀, 전·현직 부행장 자녀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윤 회장에게 채용비리 사과와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 조사에서 밝혀진 은행권 채용비리 22건 중 13건이 하나은행에서 발생해 악질적이라고 비난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은행장은 청년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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