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위원장 하태훈)가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과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의견제출 지연 같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사건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인권위 비정규직 고용 문제 해결과 차별 해소를 위한 단계별 계획 수립과 법·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혁신위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3건의 권고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권고 4건을 발표했는데, 이날 9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10월30일 출범해 지난달 29일까지 3개월간 인권위 혁신과제를 마련했다.

블랙리스트·용산참사 의견지연·장애인 인권침해로 얼룩진 인권위

혁신위는 이날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 사건을 대표적인 인권위 독립성 훼손 사례로 지목했다. 혁신위는 “블랙리스트 사실이 확인됐다”며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사건은 2012년 <뉴스타파>가 “2009년 10월 청와대 행정관이 새로 임명된 인권위 사무총장을 만나 불이익을 주거나 관리해야 할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를 전달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명숙 혁신위원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은 인권위 직원을 사찰하고 내부협력자가 있었다는 말”이라며 “당시 사무총장 비망록과 관련 직원 면담을 통해 블랙리스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났고 명단에서 최소 4명이 확인됐는데 실제로 10명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의견제출 지연사건과 유엔 자유권 쟁점목록 의견서 축소제출 사건도 독립성 훼손 사례로 꼽았다. 혁신위는 “2009년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경찰 과잉진압에 권고·의견표명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며 “2015년 유영하 상임위원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자유권 쟁점목록을 임의로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12월29일 고 우동민 활동가와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인권위가 공식 사과하고 고인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비정규직 차별해소 권고한 인권위에 차별 존재

혁신위는 특히 인권위의 비정규직 고용과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0일 기준으로 인권위에 기간제(29명)·무기계약직(19명)·임기제 공무원(13명) 등 61명의 비정규직이 존재했다. 이들은 정규직 공무원보다 임금·수당·성과급과 신분증, 게시판 접근권에서 차별을 받았다. 게다가 8개월·10개월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같은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혁신위는 “국제인권기구와 인권위가 권고한 비정규직에 대한 권고와 거리가 먼 비정규직 차별이 인권위에 있었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고 법·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밖에 혁신위는 △조사·구제 기능 혁신 △인권정책 기능 실효성 제고 △인권교육 혁신 △시민사회와의 실질적 교류 확대를 주문했다.

혁신위는 이어 최종권고 이행을 위해 인권위가 구체적인 계획수립과 집행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혁신위가 다루지 못한 기존 정책권고와 조사·구제 결정 평가작업을 비롯한 추가조치도 촉구했다. 혁신위는 최종권고 이행과 추가 혁신과제 수립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도록 1년 임기의 혁신추진실무위원회(가칭) 설치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적극적인 수용의사를 밝혔다. 조영선 사무총장은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혁신위 권고 수용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며 “일부 권고는 각 과별로 이행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협의회 또는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최종권고 이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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