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최저임금제도 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때마침 바람을 동반한 눈발이 흩날렸다. 거센 추위도 노동자들의 함성을 막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고 외쳤다. 외침은 갖은 꼼수로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고 있는 이름난 회사들과 대책 마련에 안이한 정부를 향했다.

"사용자 꼼수에 노동강도 강화되고 임금은 제자리"

민주노총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새해 첫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 600여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무대에 올라 임금을 놓고 벌이는 사용자들의 꼼수를 규탄했다. 세스코 사례가 소개됐다.

민주연합노조 세크코지부에 따르면 세스코 임금체계는 기준급에 영업비밀 보호수당을 더해 짜여진다. 영업비밀 보호수당은 한 달 8만3천원가량이다. 세스코 노동자들은 입사 때 수당과 연관된 각서를 쓴다. 각서에는 “5년간 타 회사 전직 금지” “영업비밀 발설시 5억원 배상” “퇴사 후 영업비밀 보호수당 반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상용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꼴랑 8만3천원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의 각서를 써야 입사할 수 있고, 거기에 기준급을 더해도 겨우 최저임금 안팎”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박멸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에 일하는 경우가 잦은데도 회사가 포괄임금제로 각종 수당을 피해 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신세계는 지난해 연말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제를 도입한다”고 홍보했다. 올해 1월부터 전국 이마트에서 하루 7시간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업무량이 동일한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줄어 임금이 책정되지 않는 무료노동이 빈발하는 실정이다.

이효숙 이마트지부 가양지회장은 “향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 다른 노동자들이 209만원을 받을 때 이마트 노동자들은 183만원을 받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회사가 진정한 노동시간단축을 원한다면 기존 휴게시간을 온전히 보장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개악하면 460만 투쟁 직면"

민주노총은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회피 유형을 △상여금 및 각종 수당 기본급화 △휴게시간 추가 및 형식적 부여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해고로 분류했다.

민주노총은 31일 최저임금위원회 앞 집중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긴급대응에 돌입한다. 1인 시위는 다음달 20일까지 이어진다. 같은날 최저임금위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중단 촉구 선전전을 한다. 다음달 7일에는 전국에서 동시에 고용노동부 노동지청장 면담투쟁에 나선다. 같은달 20일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 장소 앞에서 다시 한 번 결의대회를 연다.

김명환 위원장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인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며 “정부는 물론 집권 여당과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재벌자본 편에서 제도개악에 골몰한다면 46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거대한 투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31일로 제안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관련 개악이 일방 강행될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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