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가 근무하는 지하철역 인근 센터장으로 발령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들끓고 있다. 피해 여성노동자가 공사측에 인사조치 시정을 요구했지만 공사가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공사측은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하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최병윤) 역무지부는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공사가 가해자를 두둔하고 비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가 공사를 특별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사는 이달 15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성희롱 가해자 간부 A씨를 피해자 B씨가 근무하는 바로 옆 역 센터장으로 발령했다. 2011년 A씨는 B씨에게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성적 욕설을 퍼부었다. 공사측은 A씨를 정직 징계했지만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면서 감봉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이후 A씨는 본사에서 근무하며 피해자와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A씨가 센터장으로 발령 나면서 B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이다. 지부는 “가해자인 해당 간부는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없었다”며 “피해자의 근무지 인접 역에 발령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인사발령 공고가 나자 피해자는 공사 사장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데 공사측은 “인간이 한 번 실수 때문에 주홍글씨 낙인을 새겨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슬픈 일 아니겠느냐”며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답변서를 보내고 인사조치도 하지 않았다. 관리자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다른 역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병윤 위원장은 “서울시 산하 최대 지방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서 부도덕한 인사가 시행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특별감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 기자회견에 이어 취재가 시작되자 공사측은 이날 오후 가해자를 인사조치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오늘자로 가해자를 피해자와 전혀 부딪치지 않을 부서로 발령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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