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29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례 제보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밥알 묻은 주걱으로 뺨을 때리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한 달 이상 간격을 두고 지급하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매달 주거나 쉬지도 못하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꼼수를 쓴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직장갑질119는 2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와 협력업체 등 소위 잘나가고, 돈 잘 버는 회사들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훔쳐 가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이달 2일부터 SNS·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한 제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위반 의혹이 제기된 10대 ‘놀부 회사’ 이름을 발표했다.

첫 번째가 분당차병원이다. 직장갑질119는 분당차병원이 이달 1일부터 실시 중인 '신인사제도 실행을 위한 제반규정 개정' 문건을 공개했다. 분당차병원은 문건에서 “상여금 700% 산입을 통한 기본급 확대”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한 달 이상 간격을 두고 지급하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월할 지급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직장갑질119는 “분당차병원이 월급개편이 있다면서 동의서를 나눠 주며 사인을 하지 않더라도 3월에는 시행할 수 있다며 강압적 동의절차를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삼구아이앤씨는 연간 500%의 상여금 중 400%를 기본급에 산입해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관리하는 A사는 휴게시간을 확대하는 꼼수가 눈에 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회사는 기존 주간 1시간, 야간 1시간이던 휴게시간을 올해부터 주간 2시간, 야간 3시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선설농탕에서도 야간조 휴게시간이 지난해 1시간에서 올해 2시간으로 변경됐다.

직장갑질119는 △SPC계열사(청주 에그팜) △커피빈코리아 △아시아나 기내식캐터링 업체(㈜에어케터링서비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민경산업) △포스코 납품업체 △한국은행 용역업체를 최저임금 지급을 회피하는 ‘놀부 회사’로 꼽았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포스코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10대 그룹 영업이익이 2016년보다 두 배 늘어난 상황에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가맹점같이 협력사와 하도급 업체들에게도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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