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내협력업체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사내협력업체들이 제기한 신의칙 주장을 전부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들 사내협력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의 노무도급 중심업체인 만큼 추가 협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지난 26일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각 인용금액을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신아무개씨를 비롯한 기아차 비정규 노동자 102명은 2014년 61개 사내협력업체 대표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냈다. 연 600%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법정 수당을 다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임금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일률성을 충족하고,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으로 고정성을 충족하고 있다”며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성을 충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사내협력업체들은 법원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과거 소급분 임금청구가 신의칙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상당수 사내협력업체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회사였다. 부채가 쌓여 있는 회사도 여럿이다. 하지만 법원은 61개 회사 전체의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은 “노무도급 중심업체로서 금융권을 통한 추가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지 않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소속 근로자들에게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한 후 이를 전제로 추후 기아차와 추가 도급비용 협상이 가능하다”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불법 파견업체인 협력사들이 별다른 시설·설비 없이 기아차에 노무공급만을 통해 운영된다는 것을 감안해 법원이 이들 회사의 열악함을 감안하고서도 일체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