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지주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한 뒤 김정태 회장 3연임 반대 공동행동을 진행해 왔다. <금융노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정부의 책임 방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치논란을 피하려다 불법에 눈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23일 성명에서 "수많은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고 하나금융지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김 회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2021년 3월까지 회장직을 이어 간다.

특혜대출·채용비리 의혹에도 3연임 성공

하나금융과 금융당국·노동계는 회장 선출 과정에서 셀프 연임 문제 같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와 사무금융노조 하나금융투자지부·하나외환카드지부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김 회장 3연임을 막기 위한 활동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하나금융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감안해 금감원 조사가 끝난 뒤 후보군 선정을 진행하라는 취지를 밝혔다. 현재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특혜대출을 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정유라 특혜대출 의혹과 이를 도운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승진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우려 제기에도 하나금융은 절차를 강행했다. 정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관치를 하려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청와대는 15일 "민간회사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를 잠정 중단했다. 22일 시작한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검사에서도 하나금융을 제외했다. 하나금융이 완승을 한 셈이다.

금융당국-하나금융 갈등 후반전 시작될까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하나금융지주 경영지배구조와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를 통상적인 과정에 따라 들어갔다"면서 "다만 (관치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일단 보류했는데 어느 정도 후보가 결정 나면 감독당국의 본분이기도 한 적격성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 회장은 차기 회장에 추천된 직후 "앞으로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선임 관련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 책임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내실화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김 회장 3연임을 막겠다고 벼른다. 노조 KEB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김 회장이 연루된 비리·위법 의혹이 박근혜 정권 적폐인데도 청산의지를 보이기는커녕 3연임을 도왔고, 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고교동문이라 혜택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게 만들었다"며 "금융당국과 검찰은 하나금융 적폐 사건 조사·수사를 신속히 하고 청와대는 적폐청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김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부역자이자 연임을 위해 회사 돈으로 언론을 통제하려 한 인물"이라며 "그를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절대로 인정 할 수 없고 퇴진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동투쟁본부는 하나금융 주주들을 설득해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 선임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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