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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의'를 넘어 '산업'과 '사회'로
   
 

노사관계를 영어로 'industrial relations'라 한다. 직역하면 '산업관계'다. 영어 단어에서 기업별 울타리에 갇힌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다. 산업으로 바로 나아간다. 반면 한국인의 인식에서 노사관계라 하면 산업 수준의 시야는 희미해지고 기업 내부의 사안과 쟁점에 국한해 좁게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울타리를 벗어나 산업으로 확장된 느낌을 별반 가질 수 없다. 산업 수준의 전망을 회피하고 기업 수준의 관행에 집착하는 관성은 한국 노사관계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다.

기업 울타리에 갇힌 노사관계를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는 노사정 3주체 가운데 노동조합에 의해서만 시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2월 보건의료노조를 필두로 전개된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조직노동의 절반 이상이 (민주노총의 경우 산하 가맹조직 조합원의 80% 가까이) 초기업노조에 속한 성과를 낳았다. 금속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들은 산업 수준에서 단체교섭을 실현하고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노사관계의 또 다른 축인 사용자로 눈을 돌려보면, 산업 수준에서 관계맺기가 초보적인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 수준에서 노사관계를 끌고 갈 사용자단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다. 중앙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산업별 노사관계로 나아갈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기업별로 파편화한 노사관계라는 후진적인 패러다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산업별 노사관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업주의'에 안주하는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 극우 정권에서 보여진, 산별노조 활동을 억제하고 산업별 노사관계 구축을 방해하는 구시대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노사관계를 '정치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사실이다. 전국교직원노조와 공무원노조를 불법화하고 노사관계에서 배제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전망이 부재한 것도 한국 노사관계의 치명적 약점이다. 기업과 사회를 분리시켜 별개의 독립적 존재로 대립시키려는 태도는 사용자에게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러한 인식은 기업이 만들어 낸 경제적 성과가 사회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고 차단한다. 사회의 지지를 받아 기업이 활성화하는 현실은 기업의 지지로 사회가 유지된다는 이념으로 대치된다. 사회의 일부에 불과한 기업이 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 우상화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조직노동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 전망을 개척하기보다 기업 내부 분배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기업 울타리 안팎으로 분열되고 파편화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사회 복지' 전략은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데 비해 '기업 복지' 전략은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게 노동조합운동 현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기업의 가치가 사회의 가치를 잠식함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도 확산됐다.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산별노조운동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한국 노동조합은 사회적 전망을 상실한 채 '기업 복지'를 구걸하는 종업원운동 중심의 이익집단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100년 동안 한국 노사관계는 기업별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분열적이고 파편화한 상태로 남아 있다. 노동조합운동은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 산업과 사회로 나아가려 애쓰지만, 사용자는 여전히 낡디낡은 기업별 노사관계 유지에 집착하고 정부는 별다른 전망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기업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를 산업과 사회로 확장할 때 가능하다.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과 한국 민주주의의 실질적 전진 역시 산별교섭과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할 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산업 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는 산업적 전망과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는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2018년 새해, '기업주의'라는 협소한 전망을 벗어나 산업과 사회로 나아가는 노사관계를 기대한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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