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 두 명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7월 안양우체국 소속 고 원영호 집배원은 근무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해 사망했다. 같은해 9월 서광주우체국 고 이길연 집배원은 업무상 교통사고를 당한 뒤 충분히 치료하지 못했는데도 우체국에서 출근을 종용받다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18일 집배노조(위원장 최승묵)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17일 두 집배원 유족의 유족보상신청을 승인했다. 고 이길연 집배원의 유족들은 “순직이 인정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이날까지 136일째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공단의 순직 인정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와 유족은 장례절차를 논의 중이다.

고 이길연 집배원의 아들인 이동하 유가족 대표는 "아버지를 언제 보내드릴 수 있을지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노조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 사망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원회 분들이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노조는 “자살의 순직 인정률이 너무 낮아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며 “공단은 이번 순직 인정을 계기로 자살과 업무 연관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묵 위원장은 “두 분의 죽음은 살인적인 집배노동 현실을 보여 줬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집배원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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