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금융 노동계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을 찾는 등 김정태 회장 3연임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로 꾸려진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김 회장의 위법행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합당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투쟁본부는 김 회장 재임 시기에 발생한 비리 의혹 사건 등을 이유로 3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곳곳에서 이름을 올렸다. 최씨에게 인사청탁을 해서 은행 임원이 된 의혹, 삼성이 최씨 모녀를 지원할 때 하나은행 독일법인 계좌가 사용된 점, 정유라가 하나은행에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은 뒤 독일 하나은행 현지법인에서 저금리로 38만유로를 빌린 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김 회장에 비판적 기사를 실은 언론사를 금품으로 회유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2016년 노조 해산 조합원 총투표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고 그 배후에 김 회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조 선거에 개입하고 노조전임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등 노사관계를 파탄 낸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에서 불거진 갖가지 사고와 관련해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사건 외에는 검사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밟고 있는 민간회사에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비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기업인 금융지주를 상대로 수수방관과 책임회피 자세로 임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그 자체로 적폐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본부와 별도로 금융노조는 이날 여당 의원들을 찾아 김정태 회장 3연임 문제점을 알렸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불법적인 광고비 사용에 대한 조사요청서가 금융감독원에 접수돼 있다"며 "조속한 조사를 통해 하나금융지주의 위법행위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22일 차기 회장을 확정해 발표한다. 김 회장이 단수 후보로 추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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