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채권단에 노동자 191명을 정리해고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발송했다. 자구안에는 노동자들의 임금 총액을 30% 줄인다는 계획도 담겼다. STX조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9명은 현재 휴업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최근 네 척의 배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건조작업이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휴직 중인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정규직 노동자 1천264명 중 1천여명이 장기 휴직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은 2016년 이후 세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3천명의 상시노동자 중 3분의 2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박경태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압력에 선주들이 조만간 있을 예정인 문재인 정부의 조선산업 회생 대책 발표 때까지 건조 작업을 중단하라는 요청이 온 상황”이라며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에 대항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분야 대규모 구조조정 앞둬"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가 16일 오전 서울 정동 노조회의실에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노정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호규 위원장은 “조선업종을 시작으로 완성차 공장과 부품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지속가능한 제조업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 노정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악법 철폐(노조할 권리 보장) △산별교섭 제도화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사업장별 구조조정 현황이 소개됐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5년 만에 기업개선 작업을 완료했다. 금호타이어는 이 기간 1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노동자들은 5천억원의 임금삭감을 참아 냈다. 이 기간 597개 직무가 외주화됐다. 그런데 회사는 지난해 다시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자 채권단과 협약을 맺어 재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자구안에는 생산직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계획이 담겼다. 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의 자구안을 거부했다. 관련 교섭을 중단한 상태다.

정송강 노조 금호타이어곡성지회장은 “조합원 3천여명이 이달 24일 전면파업을 한 뒤 상경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회사가 기존에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전면 철회해야 다시 교섭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외면에 100만 조선노동자 거리로…"

수주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종 회생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노조는 다음달 7일 국회토론회를 열어 회생 대책을 내놓는다. 이후 정부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조선산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을 올해 초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홍성태 대우조선노조 위원장은 “무능한 과거 정부의 탓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8개월 넘도록 제대로 된 조선업 육성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100만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 발표가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조선업 회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달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선포식을 연다. 당일 파업에 나서는 금호타이어 노동자와 함께 6천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노정교섭 요구에 대한 정부 태도를 보고 3월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투쟁계획을 확정한다.

김호규 위원장은 "보건의료 분야와 공공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듯 임기 동안 지속적인 요구와 투쟁으로 제조·민간 분야에서도 노정교섭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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