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현안 경청 간담회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 간담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타협을 위한 어떠한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와 관련한 한국노총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은 “노력하겠다”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노사단체를 방문해 노동정책과 입법현안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 처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법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 ”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정부·여당이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노총 ‘원칙’ 더불어민주당 ‘상생’ 강조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간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 간담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익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한정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등 14명이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노동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고장 난 저울을 고쳐야 한다”며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서라도 온전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간단축 논의와 관련해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문제는 ‘1주일은 7일’이라는 상식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홍영표 의원 등이 노동계와 일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기법 개악을 추진하고, 노동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단독으로 확대 추진한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키(열쇠)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정부·여당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정상화와 노동시간단축 등 노동자 삶 보장과 질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시대적 과업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동반자 관계이자 사회적 대타협을 공고히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환노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늘 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데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한 발씩 양보해 상생의 방향에서 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를 믿고 힘을 좀 실어 줬으면 좋겠다”며 “노동시간단축 관련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문제는 노동계와 재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종안을) 정부로 이송하면 노동계와 충분히 대화해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 “근기법 개정안 표결처리 없을 것”

한국노총은 인사말에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분리해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단계적 시행과 중복할증 금지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협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홍영표 의원 등은 19일 고용노동소위(법안소위)를 열어 중복할증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표결 강행처리를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6일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특례업종 축소 입법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제의 경우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한국노총은 전했다.

복수의 한국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한정애 의원은 근기법 개정안 표결처리 우려에 대해 “표결처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복할증 문제는 대법원 공개변론과 별개로 입법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노사단체 현안 경청 간담회가 노동현안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은 하나도 없다”며 “최저임금위가 2월20일 전원회의에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면 곧바로 입법절차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