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금고지기’ 인사와 관련해 은행법 위반으로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금융지주사 CEO들의 ‘셀프 연임’ 관행을 비판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운영 절차는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진선미·김해영·제윤경 의원이 주최했다.

◇"김정태 회장 '최순실 인사' 은행법 위반"=하나금융지주는 현재 회장후보추천위를 가동하고 있다. 이달 중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김정태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노동계는 하나금융지주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김 회장 연임 저지 운동에 나선 상태다.

발제에 나선 권영국 변호사(경북노동인권센터장)는 김 회장이 연임할 경우 이른바 하나금융을 둘러싸고 '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2016년 2월 청와대 청탁으로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머물 당시 특혜대출을 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있는 다음달 중순 이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회장의 행위가 은행법 35조의4(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대주주가 은행 이익에 반해 개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김 회장은 이상화 전 본부장의 승진을 위해 임의로 조직을 개편하도록 하고 인사를 지시했는데, KEB하나은행의 인사·조직 관련 규정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 은행 이익에 반한다”며 “그가 대주주 지위에 있음에도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으므로 해당 법률 위반으로 10년 이하 징역 혹은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 같은 혐의를 인정할 경우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자격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권 변호사 판단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되면 그날 이후 5년이 지나야만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김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아 지주사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그 피해는 자회사 전반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라며 “임기 이후 형이 확정되더라도 CEO가 자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하나금융지주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임추위 구성 다양화로 '참호 구축' 막아야"=이진용 금융노조 KEB하나금융지부 공동위원장은 “지금 제도에서 노동이사제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노조가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의 견제를 받지 않는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진용 공동위원장은 “금융회사 노조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그리고 감독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금융회사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정착시키고, 금융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에 회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청했지만 회장추천위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하나 변호사(금융정의연대)는 “김정태 회장은 3연임을 위한 ‘참호 구축’을 마친 상태로 현 회장추천위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없다”며 “기존 CEO의 참호 구축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장·임원추천위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현 경영진이 최종 후보에 포함되는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 경영진을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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