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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하듯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 알바로 대체하고 근로장학생에게 빗자루 쥐여줘꼼수 사례 확인된 대학만 13곳
   
▲ 동국대학교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이 15일 오전 인원감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대학 본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후 인건비가 늘었다는 핑계를 대며 대학가에서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정년퇴직자 자리를 비워 두고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초단시간 알바를 채용하거나 ‘근로장학생’을 모집해 학생들 손에 청소도구를 쥐여 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꼼수를 쓰는 사립대학이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사례만 열세 곳이 넘는다. 청와대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담당부처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본부들, 새해 벽두 구조조정 동시 시작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15일 정오 서울 중구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캠퍼스는 알바천국이 아니다”며 “알바 대체 꼼수를 중단하고 정년퇴직자 인원을 정규인력으로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고려대·단국대·덕성여대·동국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숭실대·연세대·인덕대 등에서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거나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로 교체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송도캠퍼스)·홍익대와 한동대는 청소노동자를 감원했다.<표 참조>

 

노조는 “새해 벽두부터 서울 주요대학에서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청소·경비노동자 인원 감축을 통보하고 있다”며 “마치 대학들이 합심해 작정한 것처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 2015년부터 신축건물 청소노동자를 ㅋ업체와 계약을 맺고 단시간 노동자를 채용했다. 고려대도 지난해 말 ㅋ업체와 계약하고 단시간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서경지부 지부 관계자는 “연세대와 계약한 초단시간 알바 용역업체를 고려대에서도 계약한 것을 확인했다”며 “대학들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ㅋ업체가 유명업체도 아니고 사실상 연세대가 유일한 계약 사업장이었는데 고려대가 경쟁입찰 과정 없이 해당 업체를 선정한 것은 원청 간 커넥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 대신 학생이 청소하면 장학금 준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장은 “빈 자리를 단시간 알바로 채운다고 하는데, 노조에서 반대하니 학교 교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며 “어서 인력충원이 돼서 예전 그대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는 청소노동자 86명이 교내 미화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정년퇴직한 8명 자리를 비워 둔 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학교측은 학교 홈페이지에 ‘근로장학생’ 공고를 냈다. 청소노동자를 충원하는 대신 시급 1만5천원짜리 하루 2시간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든 것이다. 학교측은 공고문에서 “청소근로업무를 수행할 장학생을 모집한다”며 “휴지통 수거, 바닥청소 등 중앙도서관(법학도서관과 기타 건물 포함) 청소·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이다. 장학금으로 표기한 시급은 1만5천원이다.

노조는 “청소노동자 8명을 구조조정해 만든 자리를 학생들 알바로 메우는 것이 합당한 처사냐”며 “학생과 청소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행위로 비열하고 비교육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청소·경비 구조조정 사태 해결 위해 청와대 나서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비명 소리는 청와대를 움직였다. 지난 11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려대를 방문해 청소노동자들을 만난 데 이어 15일 오전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과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김홍수 교육문화비서관이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반장식 일자리수석은 “대학들의 비정규직 인원감축과 알바 대체 문제는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과 요구사항을 학교쪽에 전달하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교육부에서는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에서 개별 고용한 것이라 현황파악이 쉽지 않다”며 “현재 대학측 협조를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사립대 적용 요구도 나와

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대학들이 감원과 대체인력 투입에 적극 나선 것은 대학본부 스스로가 사용자임을 고백한 것”이라며 “하청업체에 퇴직자만큼 고용하라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보니 원청인 진짜 사용자 대학을 상대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청소·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사립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현재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국립대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최기호 민주일반연맹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사립대 청소·경비노동자에게도 적용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며 “보호지침 도입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기간 부가세 환급을 통해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자은·최나영 기자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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