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는 어떻게 하겠대요? 어젠다는요?”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나왔나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문제는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출입기자인 기자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선택받지 못했어요.”

이번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사전질문지 없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선택해 질의응답하는 방식이 처음 도입됐다. 그러다 보니 출입기자들은 며칠 전부터 질문거리를 공들여 준비하고, 당일에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같이 나왔다.

센스 있는 기자들은 피켓이나 인형을 준비했다. 원색이 들어간 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대통령 지명을 받으려고 일어서서 손을 흔들고, 그것도 안 통하면 “여기도 봐 주세요”라고 목청을 높이는 기자도 있었다.

사전각본 없는 신년기자회견 방식에 대해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과거라면 나오기 어려웠을 주제의 질문이 나왔고, 소규모매체 기자들에게도 질문기회가 오면서 주류언론 독점권이 깨지기도 했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질문주제 쏠림현상 때문에 중요한 주제가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정치·외교 13개, 경제 2개, 자유주제 2개 등 17개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치·외교 질문에서는 남북대화(북핵·평창올림픽 포함) 6개, 개헌 3개, 위안부 합의 2개가 주를 이뤘다. 민생·경제 분야에서는 경제성장 전략과 최저임금 후폭풍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주위에 노동이슈 외에 민생·경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물었더니 청년일자리, 세금·재원 대책, 일·가정 양립 문제 등 다양했다. 기자 역시 노사정 대화는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민주노총 위원장 면담계획 같은 노동이슈 질문을 준비했지만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내년 신년기자회견에는 샛노란 옷을 입고 가세요.”

“노동언론임을 부각하기 위해 붉은 머리띠를 하는 건 어떨까요?”

노동이슈 질문이 던져지지 못한 데 대한 농담 섞인 조언이 이어졌다. 기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많은 고민을 안겨 준 신년기자회견이었다. 다음에는 자유로운 방식을 유지하면서 고른 주제의 질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질 높은 질문과 함께 질문권을 얻기 위한 창의적인 센스도 발휘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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