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11일 제안한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참여주체로 보면 2006년과 2009년에 성사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와 닮은꼴이다. 이번 대화 테이블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초대됐다.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별도의 대화 테이블을 만들었던 과거의 관행을 답습했다. 노동계가 탈퇴해 노사정위가 불능상태에 빠진 것을 고려했다.

논의 의제를 보면 과거와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문성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주신다면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원 구성·의제·운영방식, 심지어 명칭까지 포함해 그 어떤 개편 내용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사회적 대화기구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기존 노사정위를 그대로 둔 채 현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던 과거 관행과 전제조건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2006년과 2009년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 9월11일 노사정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합의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3년 유예하는 합의를 이뤄 냈다. 민주노총이 빠진 반쪽짜리 합의였다.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다시 여는 단초를 제공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두고 논의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반영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2010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양대 노총 참여로 노사정소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시간단축·통상임금 등을 논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돌아보면 노사정위 밖에서 이뤄진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노정 파국을 막는 데 일조한 셈이다. 정부 주도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노사정이 첨예한 현안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했다. 일시적인 조정국면이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끝내 사회적 대화 활성화 바통을 넘겨주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얼마나 달라질까. 노사정위원회라는 낡은 집을 허물고 재건축을 논의하겠다는 문성현 위원장의 제안은 과거에 비해 파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정부 주도적 방식에서 벗어나 노사정이 대등하게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산파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에 노사정대표자회의 위상도 커졌다. 재계가 참여의사를 밝힌 반면 노동계는 조건부 참여의사를 밝힌 듯 보인다. 양대 노총 모두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조건인 만큼 양대 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새로 구성되는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적어도 현안을 중심으로 한 의견교환 또는 국회 입법을 수월하게 할 합의를 목적으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 목표는 '사회적 대화 활성화'다. 중단된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논의 바통을 잇는 가교 역할에 충실하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틀을 만드는 것을 논의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같은 쟁점이 노사정 앞에 놓여 있어 대화의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 현안을 논의하더라도 국회와 행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