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1일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승인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근로복지공단의 늦장대응에 항의했다.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대책위는 1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로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에게 적극적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할 근로복지공단과 감독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제2·3의 고통을 주는 가해자가 되고 있다”며 “산재요양의 신속한 처리와 2차 가해를 자행한 당사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항의서한을 공단에 제출한다.

트라우마로 인한 산재요양을 신청한 노동자는 7명이다. 5명은 공단 통영지사에, 1명은 울산지사, 1명은 대구지사에 각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재신청 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에 1명, 11월에 3명, 12월에 3명이 신청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개월이 지나서도 산재요양 신청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었다는 것이 대책위 설명이다.

대책위가 지난달 22일 “공단의 늦장처리로 크레인 사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신속한 산재처리를 요구한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같은해 10월 산재요양을 신청한 A씨는 신청 70여일 만에 사실확인 문답서 작성요구만을 받았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산재신청 과정에서 공단 관계자에게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산재신청 과정에서 공단 관계자가 ‘1만명 중에 한 명 정도로 인정되는 질병이다. 가능성 없는 산재신청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5월1일 이후 현장에서 얼마간 일을 했다는데 그게 트라우마 맞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노동자에게 불안감을 주고 협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정부는 중대재해 사고가 날 때마다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일선에서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탁상행정을 중단하고 공단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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