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일반연맹
행정안전부는 최근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행안부 소속 비정규직과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비정규직 3천76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한다.

행안부는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들에게 직무급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임금체계에 따라 임금총액이 16% 오른다. 그런데 지금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14년을 일해야 9급 공무원 1호봉과 임금수준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격차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4년 일해야 9급 공무원 1년차와 엇비슷, 퇴직까지 그대로

민주일반연맹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안부의 최저임금직무급제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국정방향과 달리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정부청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계획에 따르면 용역업체 소속인 청소·시설관리·통신·승강기·조경·안내 업무 종사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직무급제를 적용한다.

직무 유형·난이도에 따라 1~7개의 직무등급으로 나눴다. 각 직무등급 내에서는 근속연수와 업무평과 결과에 따라 1단계에서 6단계까지 승급할 수 있다. 최저등급인 1단계에서 6단계로 승진하려면 14년이 걸린다.

직무등급에 따라 급여가 다른데 환경미화원들은 가장 낮은 1급에 속해 있다. 기본급은 157만원에서 시작한다. 평사원을 기준으로 하면 임금총액이 현재 170만원 수준에서 203만원으로 19.4% 인상된다.

같은 청소업무인데도 청사마다 임금이 달랐는데, 모든 청소노동자들이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과의 임금격차가 논란이다.

“정규직-무기계약직 임금격차 정당성 논의 필요”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환경미화원들이 새 임금체계를 적용받게 되면 근속이 가장 짧은 노동자는 월 186만원, 9급 공무원 1호봉은 197만원이다. 기본급은 환경미화원이 157만원으로 9급 공무원 1호봉(139만원)보다 많다. 반면 공무원에게는 정근수당·성과상여금·직급보조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임금총액이 역전된다.

환경미화원이 9급 공무원 1호봉을 웃돌려면 11년을 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199만원을 받는다. 복지포인트를 감안하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복지포인트에서 9급 공무원이 환경미화원보다 월 5만원이 많다. 결국 복지포인트까지 포함하면 환경미화원이 14년을 일해서 203만원을 받아야 9급 공무원 1호봉과 급여가 비슷해진다.

더구나 환경미화원들은 14년차 이후에는 급여가 오르지 않도록 임금체계가 설계돼 있다. 기술직을 포함한 상위직무로 승진하지 못하면 정년퇴직시까지 9급 공무원 1호봉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는 “공정임금을 구축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결국은 최저임금 직무급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 임금체계로 임금이 20% 가까이 상승했다”며 “급여수준을 더 높이면 좋겠지만 일반 공무원 수준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개편한 만큼 앞으로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차이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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