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 보고안과 관련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산정되는 임금만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상여금을 12개월로 분할해 지급하더라도 산정기준이 1개월을 초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숙박비·식비 같은 급여는 복리후생적 성질의 임금인 만큼 최저임금액 산입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를 다음달 20일까지 연장해 제도개선 논의를 이어 간다.

“상여금 최저임금 산입은 경영계 자가당착”

최저임금위원회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에서 제도개선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해 12월22일 전문가 TF가 제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안’에 대한 입장을 제출했다.

노동계 의견은 양대 노총이 함께 작성했다. 제도개선위에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과 노동계(2명)·경영계(2명)·공익(2명) 등 위원 7명이 참여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산정기준 1개월을 초과하는 정기상여금의 최저임금액 산입에 반대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 연간 단위로 지급률을 정해 일정 기간 분할해 지급하기 때문에 1개월을 초과하는 근속기간을 전제로 산정된다. 노동계는 “산정사유가 1개월을 초과하는 정기상여금과 정근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1개월 단위 지급·산정기준'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단기간이라도(1개월 단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강제해 노동자 생계를 보장하려는 최저임금법 규범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산정대상 기간이 1개월이면서 동시에 매월 지급되는 임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전문가 TF는 보고안에서 “매월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면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면서도 “산정대상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해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한다”는 다수의견을 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을 매달 분할지급하는 행위를 허용하자는 말이다.

노동계는 식비·숙박비 같은 복리후생적 수당에 대해서도 “근로제공을 위해 불가피하게 파생된 문제들에 대한 실비변상적·생활보조적 성격의 급부”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 “임금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최저임금만 맞춰 주는 행위를 사후적으로 합법화시켜 주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사용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정상여금이라도 지급조건에 ‘재직자 요건’을 정하거나 ‘근로일수 충족요건’을 정한 급부의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놓고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반발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차등지급이라고? 미적용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지급과 관련해 노동계는 전문가 TF 보고안과 동일하게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다만 전문가 TF는 법률에 구분적용 근거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통계 인프라·구분 판단기준에 대한 중장기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모든 전문가가 반대했다.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제도의 안정성과 보편적 적용,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업종·지역·연령별로 구분하는 것은 시대역행적 발상”이라며 “대신 최저임금 미적용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과 수습기간·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관련해 노동계는 현행유지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가칭)최저임금구간설정위원회와 (가칭)최저임금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자는 전문가 보고안에 대해서는 “논의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최저임금위는 전문가 TF 보고안과 이날 제출된 노사 의견을 토대로 26일 전원회의에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제도개선 과제가 광범위해 논의를 심도 있게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운영위원들의 제안에 따라 전원회의를 연장했다. 26일과 31일, 다음달 20일 세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정부 제출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도개선위 관계자는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노사 의견이 충돌하는 데다 개선과제가 광범위하다”며 “제도개선위 논의는 종료하되 전원회의에서 전문가 보고안과 노사 의견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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