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지난해 말 편의점 알바생이 최저시급을 달라고 요구하다 비닐봉투 두 장을 절도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당한 일이 있었다. 비닐봉투 두 장 값은 40원이다. 업주는 영업에 부담을 느껴 현재 편의점 문을 닫았다. 알바생 비닐봉투 절도(?) 건은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됐다. 체불임금에 대해 정식으로 진정이나 고소 절차가 진행 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저시급과 주휴수당 미지급이 확인됐고 알바생이 사용자에 대한 처벌의사가 없지 않다면 업주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여론의 공분을 자아냈다. “어른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세상 그렇게 살지 마라” “강력한 처벌과 세무조사가 뒤따르기를” 등 해당 편의점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차고 넘쳤다. 하지만 이처럼 신문에 날 만한 기막힌 일들이 현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현재 수행 중인 사건들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한 독서실에서 총무로 일하던 A씨는 시급 2천원 정도를 받고 일하다 퇴직시 최저시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 근로자성 입증을 위해 해당 사업장에 재직 중인 동료의 도움을 얻어 A씨가 일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자료를 첨부했다. 이를 알게 된 독서실 사장은 A씨의 동료 총무 4명을 전원 해고해 버렸다. 누가 CCTV 제공자인지 알 수 없지만 전부 다 A씨 조력자라며 해고한 것이다. A씨는 현재 자신의 임금체불 진정 건으로 동료 4명이 모두 알바 자리를 잃었다며 정신적으로 큰 자괴감에 빠져 있다.

서울의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강사 B씨는 해당 학원에서만 주 3회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원에서 근무일 외에 보충수업 등을 강요받는 것이 싫어 수업이 없는 요일에는 다른 학원에 나간다고 둘러댔다. 4년여를 일하고 그만두는데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퇴직금 체불 진정을 고용노동청에 접수했다. 첫 대질에서 학원측은 집요하게 전속성을 문제 삼으며 B씨를 프리랜서로 몰았다. 학원연합회를 통해 B씨의 다른 학원 근무이력을 밝히겠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에 실패하자 학원은 B씨가 경력 사칭으로 많은 월급을 받아 갔다며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사용자들의 노동자 괴롭히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일 시킬 땐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노예처럼 부리려 들다가, 퇴직할 땐 퇴직금을 주기 아까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퇴직자가 정당한 권리 행사를 요구하면 집 주소부터 묻는다. 노동자를 겁주고 협박할 용도로 내용증명 따위를 보내기 위함이다. 4대 보험을 가입해 주지 않던 근로자에게 4대 보험 사후가입에 따른 근로자납부분 청구소송을 하겠단 식이다.

예전에는 부끄러워서라도 엄두를 못 냈을 노골적인 노동자 괴롭히기가 최근 대노동자 매뉴얼이라도 되듯 사용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괴롭힘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심지어 노동청 조사를 할 때 감독관이 사업주의 노동자 인권유린과 협박을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 2차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올해 최저시급 인상과 함께 휴게시간 늘리기 꼼수, 최저시급 미지급, 이와 관련한 부당해고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언어폭력을 포함한 폭행사건 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더 자주 침해당할 것이고 결국은 더 깊이 상처받을 것이다.

최저시급을 올린 정부는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저시급만 올려놓고 "이제 노사 너희끼리 알아서 하고 법 위반만 신고하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는 근기법 제정 이념에도 맞지 않다. 이 시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도 들여다보지 않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깡이 아주 세거나 ‘미움 받을 용기’ 같은 게 있지 않아도 노동을 제공했으면 그 반대급부로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과 퇴직금 정도는 당연하게 받을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편의점 비닐봉투 절도범으로 몰린 알바생은 아침에 잠을 자고 있다가 집 근처에 출동한 경찰에게 연락을 받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생전 경찰서는 물론이고 경찰차도 처음 타 본 알바생은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내내 울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최저시급·주휴수당·퇴직금 등을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사용자에게 각종 고발에 민·형사소송까지 당하게 정부가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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