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호 노동운동가

득표율을 보고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명환과 이호동 두 후보가 맞붙은 민주노총 위원장 결선투표에 대한 얘기다. 7대 3을 예상했다. 예상치에서 어디로 얼마만큼 플러스·마이너스 되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다.

낙선한 이호동 후보 측면에서다. 네 후보가 경선한 1차에서 17.5%를 받았기에 결과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당기면 35~40%까지는 갈 수 있어야 했다. 견제심리라는 게 있어서다. 또 낙선한 두 후보와 진보정치 통합 문제에서 궤를 같이했다. 6대4를 예측한 이가 제법 있었다. 그러나 27.3%에 멈췄다. 이호동 후보는 유일하게 사회적 교섭을 반대한 후보였다. 한데 30%도 넘지 못했다. 표를 통해 확인된 뜻은 당선자 기조를 비판하되, 적정한 선은 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당선된 김명환 후보 측면에서다. 1차에서 47.0%로 압도적 1등을 했다. 넷이나 출마한 1차에서 50%를 넘기며 당선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선에서 70%를 넘길 수 있어야 했다. 결선에 오르지 못한 두 후보도 사회적 교섭과 사회연대전략이라는 기조에서 큰 차이 없었다. 그러나 66%에 멈췄다. 70%를 넘지 못했다. 표의 뜻은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되, 신중하게 요모조모 살피며 나서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덧붙여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던 통합 집행력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민주노총은 영주 체계다. 위원장이라고 모든 일을 뜻대로 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다. 산별과 지역본부가 있고, 정파가 있다. 쌓이고 얽힌 복잡한 호불호 관계도 있다. 노선과 관계와 욕망이라는 세 축이 종횡으로 뒤엉켜 작동한다. 각각의 지점을 세밀하게 눈여겨보며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한 걸음 진전하기도 무척 어렵다. 관건은 통합력이다.

통합력은 공약과 정책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선언과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게 관계 형성이다. 운동도 인간이 한다. 인간 별것 없다. 다가와 주고, 들어주고, 인정해 주면 마음이 동하게 돼 있다. 독한 마음도 어느 정도 풀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지고 맺히게 된다. 노선까지 뒤틀기도 한다. 다가가 주고 들어 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선과 관계와 욕망은 수시로 움직이는 것이라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몰아 뒀다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1시간이 1년을 규정하기도 한다. 잠깐만 한눈팔아도 줄줄 새는 게 관계다. 관계 맺기에서 최근 전임 위원장으로 한정해 보면, 신승철 같은 통찰력이나 한상균 같은 진정성을 참조하면 어떨까 싶다.

김명환 집행부 앞길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순탄치 않을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 날, 한상균 위원장의 사면복권 배제라는 고약한 선물이 주어졌다. 그날 민주노총은 새로운 위원장이 탄생했다는 기쁨보다 한상균 위원장이 배제됐다는 탄식이 더 컸다.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게 하는 짐을 떠맡았다. 김명환 위원장의 당선 일성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난제는 사회적 교섭이다.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교섭 틀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폭탄 같은 파괴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틀에 들어가라는 사회적 압박에 시달릴 것이고, 그러면서도 재계와 자유한국당 등은 내심 민주노총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일 것이다. 노동운동은 찬반양론이 날 서게 충돌할 것이다. 이든 저든 민주노총 내부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투쟁력과 조직력과 영향력과 신뢰도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높으면 배짱 있게 풀어 갈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들어가지 않으면 사회적 왕따가 될 것이고, 들어가면 이것저것 곤란한 요구를 강요당할 것이다.

나는 사회적 교섭을 활용해 극단적 양극화 완화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분단 해소의 단초를 만들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교섭을 둘러싸고 펼쳐질 안팎 상황을 예상하면 깊은 한숨부터 나온다. 신임 집행부가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다. 끝으로 또 강조해서 조언한다. 김명환 집행부의 성공 열쇠는 알파도 통합력이고 오메가도 통합력이라고 판단한다. 이것만큼은 위원장이 직접 챙기며 부지런히 만나고 통화하고, 틈틈이 밥도 함께 먹고, 술이나 커피도 자주 마시기를 기대한다.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는 당선되면 재미는 잠시고, 긴 시간 무척 고달픈 자리다. 말년이 되면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는 자리다. 그래도 어쨌든 위원장은 위원장이다. 주요 관계 맺기는 명단을 짜고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한다. 그러면서 집행부 전체, 특히 집행부를 대표하는 성격의 직책자들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진두지휘해야 한다.

통합력 문제는 산별과 지역본부와 정파에도 책임이 있다. 김명환 위원장이나 집행부에게 전화하고 밥 먹자 하고 커피 마시자 하면서, 관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총연맹과 각 단위의 가교가 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노총을 다시 우뚝 세우는 지름길이다.

김명환 위원장 당선을 축하하며, 성공을 기원한다. 민주노총의 재도약을 소망한다.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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