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25년이 지났는 데도 154만개의 차명계좌에 1천438억원이 실명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알려지지 않은 차명계좌가 추가로 존재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차명계좌 태스크포스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8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수사를 담당했던 조준웅 특검이 봐주기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8년 수사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1천197개"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수사 과정에서 차명계좌 32개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실명제 이전 27개, 이후 1천202개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다. 총 1천229개 계좌에 2조1천646억원의 비자금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받고 있는 조준웅 특검에 대한 수사와 이 회장 차명계좌 전면 재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실명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계좌는 154만3천557개에 이른다. 해당 차명계좌에 1천438억원이 숨겨져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보유한 미실명전환 계좌가 81만3천740개(52.7%)로 가장 많고, 은행이 71만9천357개(46.6%)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이 앞장서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법제처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으로 실명전환하거나 실명확인한 경우'가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 판단해 달라"고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만일 차명 실명전환 계좌가 실명전환·과징금 징수 대상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정부는 154만개의 차명계좌를 조사해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 그동안 금융위는 차명계좌도 실존하는 타인의 실명계좌이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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