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진씨 제공
"입주민의 생명·안전을 해치는 '경비인력 감축안'에 반대합니다."

새해 들어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시급 7천530원)이 적용되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해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4일 오전 경기도 용인 수지구 신정마을 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안에 A4 용지로 쓴 호소문<사진>이 붙었다.

자신을 '안정적인 삶을 사랑하는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입주민의 안전과 안정적인 삶이라는 중요한 문제는 소수의 대표자회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 모든 입주민의 의견이 반영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입주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투표를 실시하자"고 밝혔다.

이날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글을 써서 붙인 사람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 권혜진(22)씨다.

권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일 엘리베이터에서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붙은 인력감축 공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르바이트 시급이 올라 좋다고만 생각했지, 가까이에서 이런 식의 부작용이 일어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31일자로 기존 8명이던 경비원 중 2명이 해고됐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붙은 공문에는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관리비 절감 및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경비원 순환 근무제를 시행한다"며 이달 1일부터 경비원을 8명에서 6명으로 축소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를 절감하고 근무자에 대한 적정 급여인상 및 근무환경 개선으로 성취욕을 향상시키는 개선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감축된 경비원 두 명의 급여를 150만원씩 300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500가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6천원 정도"라며 "관리비 상승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보금자리가 지금과 같은 쾌적함과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분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향후 조치 계획으로 내놓은 CCTV·화재수신기·인터폰 통합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경비원이 필요한 지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우리가 누리던 복지는 입주민을 위한 경비 어르신들의 수고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씨는 "부모님께서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사소한 일에도 투표를 하는데 인력감축은 전혀 사소하지 않고 누군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어른들이 그 절차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가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체 주민투표를 제안한 이유다.

그는 자신의 뜻을 지지해 주는 부모님과 함께 전체 500가구에 호소문을 돌리고, 인력감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한편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인력을 감축하면서 휴게시간을 줄여 급여를 인상했다"며 "근무형태 변경에 (경비원 중) 이의제기를 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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