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표 성과연봉제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운 ‘직무급’이 직무에 따른 신분제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3일 발표한 이슈페이퍼(직무급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아니다)에 담긴 내용이다. 한상규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작성했다.

문 대통령은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되 산업 단위 표준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변경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올해 3월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상규 집행위원은 이 같은 정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용 문제 해결(지속가능성)과 기관별 동일 직종 임금격차 해소(공정성)를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짚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정부의 시혜’로 보고 반대급부로 임금체계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노동자 내부 분할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집행위원은 “정부는 신분제나 마찬가지인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하지만 ‘이마트 사례’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직무급제는 직무에 따른 또 다른 신분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마트는 비정규직 계산원 5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급제를 시행했다. 이들을 '전문직'으로 칭하며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승진체계를 적용했다. 한 집행위원은 “자본은 노동에게 주는 몫의 축소를 추진하기 위해 노동계급 저항을 원천적으로 분쇄시키고 약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즉 노동 분할을 통해 노동자들 서로 간의 갈등과 분열을 확대시켜 나간다”며 “직무급제는 결국 성과급제 등 다른 임금체계와 마찬가지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확대 강화할 것이고 이는 현재 노동운동이 직면한 노동계급 내부 분열 문제를 더욱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자기파괴적인 조건들을 재생산하는 것을 멈춰야만 한다”며 “공정한 임금이나 능력주의 환상을 넘어 미조직된 불안정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최우선시해 이들이 정부와 자본의 단순한 시혜 대상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요구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게 하고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 전체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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