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회사 경영진이 고의로 임금·단체협약 교섭 체결을 늦추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부는 28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장기교섭과 파업유도 등 부당한 지배·개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빠른 시일 내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의 2017년 임금·단체협약 연내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부 설립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노사가 39차 교섭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50.2%의 반대로 부결됐다.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300%와 일시금 300만원 △사내하청 3천500여명 정규직 특별채용과 촉탁직 50% 감축이다.

노사는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해 두 차례 추가 교섭을 했다. 회사측은 임금 관련 항목을 추가로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지난 27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부 관계자는 “연내 타결을 위한 이틀에 걸친 집중교섭에서 윤갑한 사장이 ‘더 이상 줄 것이 없다’고 발언하고 교섭장을 나가 버려 교섭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지부는 지지부진한 교섭이 현대차그룹 차원의 개입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부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에 속한 18개 노조의 임단협 교섭은 해를 넘길 위기에 처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세무당국의 현대차그룹 압박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차그룹에 “연말까지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비자금 조성의혹 창구로 지목된 현대모비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회사 사정을 이유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현대차그룹이 회장 비자금 조성의혹을 피해 가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시간을 끌기 위해 장기교섭과 파업을 유도하는 부당한 지배·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부 관계자는 "고발장 제출을 통해 경영진 불법·탈법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수사·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소속 일부 사업장은 이미 임단협 합의를 끝냈다"며 "그룹 차원에서 개별 노사관계에 개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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