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국민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해죠.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헌법재판소는 올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역사적 현장을 함께한 촛불시민 1천700만명이 이달 5일 독일에서 ‘2017 에버트 인권상’을 받아 관심을 끌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올해 인권상 수상자로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민을 선정했는데요. 특정 국가의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인권상이 제정된 1994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1925년 설립된 재단은 비영리기구입니다.

인권상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장애진씨가 촛불시민을 대표해 받았는데요. 독일 베를린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에버트재단은 “대한민국의 평화적 집회와 장기간 지속된 비폭력 시위에 참여하고, 집회의 자유 행사를 통한 모범적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더해 주는 매우 뜻 깊은 상이네요.

하늘도 세월호 무사 인양 바랐나

올해는 3년 만에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온 해이기도 합니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가라앉은 세월호는 올해 4월11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는데요. 세월호 선체가 녹슬고 찢긴 모습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 참사 당시를 잊지 못하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무사 인양을 하늘도 바랐던 것일까요. 앞서 인양작업이 시작된 올해 3월22일 강원도 원주시 하늘에서는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포착됐는데요. 놀랄 만큼 똑같은 사진이 찍혔습니다. 마치 하늘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날 많은 누리꾼들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 믿고 싶다” “이번엔 진실을 꼭 밝혀 달라는 아이들의 메시지다” “눈물이 난다” 등의 의견을 내며 세월호 무사 인양을 기원했습니다.

한편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뒤 미수습자들의 소식도 하나둘 전해졌는데요.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에도 5명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올해 11월18일 목포신항을 떠나 ‘유해 없는 장례’를 치렀습니다. 국민은 지금도 세월호 참사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장관도 근로자 말고 "노동자"로

이제 노동이슈로 넘어가 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영주 장관은 8월14일 취임사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14번이나 사용했고,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노동자라는 표현을 계속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노동부도 경제부처 중 하나다 보니 노동자를 위한 부처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과거에 있었다”며 노동자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근로자’라는 표현은 권위주의 정권의 산물인데요. 근로는 “시키는 대로 부지런하게 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수동적이고 사용자에 종속된 표현입니다.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우리나라 법률은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제헌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지던 1940년대 후반에는 이념적 대립이 심해 노동이라는 단어를 불온하게 보는 경향도 작용했습니다.

김영주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정부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추진됩니다. 노동이 근로를 대신해 법률용어로 사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네요.

비정규직 제로정책 어디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두고도 논란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는데요.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 꿈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분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도 그중 하나인데요. 애초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개관연장사업은 정부 직접일자리사업으로 정규직 전환 제외 직종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해당 업무는 상시·지속업무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반발했는데요.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9월 해당 업무를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 포함하라고 추가지침을 내렸습니다. 다만 현재 일부 지자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해당 업무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요.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통일적인 노동자 처우개선 방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올림 10년 “우리는 아직 거리에 있다”

버텨 온 세월이 무색하게 “아직도 거리에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주인공입니다.

반올림은 2007년 11월20일부터 19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로 활동하다, 이후 반올림으로 단체명을 바꿨는데요. 반올림이 활동한 지난 10년 동안 접수된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320명이고, 그중 118명은 사망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반올림은 활동 10년째를 맞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반올림과 대화하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제 없는 피해보상을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반올림은 2015년 10월7일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25일 현재 농성 811일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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