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올해 노동이슈는 하나의 중심 사건이 다른 여러 사건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구조를 보였다. 촛불의 함성에 힘을 받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 생긴 변화다. 지난 정권 쌓인 노동 관련 폐단은 일소되고 있다. 둘 사이에 교두보가 된 인물이 올해 가장 주목받은 인물로 선정됐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2017년 10대 노동뉴스’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올해 발생한 주요 노동사건 56개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이 중 10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의 인물은 설문 참여자들이 직접 써 넣었다.

참여자들은 "헌법재판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촛불혁명으로 꽃피운 민주주의"를 올해의 뉴스 공동 1위로 선정했다. 100명 중 67명이 해당 사건을 최대 노동사건으로 지목했다. 높은 순위를 받은 사건들은 정권교체로 인해 생긴 변화를 반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들을 비롯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잇따라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는데, 이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3위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 정규직 방안 놓고 논란"과 "최저임금 2001년 이후 최대 폭 인상, 정부 3조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각각 66명이 주요 뉴스로 꼽았다.

정부의 파격적인 행보는 빛이 났지만 이면에는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환호했지만 기대와 달리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자 노동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평균(7.4%)의 2배가 넘는 인상률(16.4%)을 기록했지만 이후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정부·여당이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표방 문재인 대통령 당선, 첫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는 50명이 선택해 5위를 차지했다. 6위는 “정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 양대 지침도 없던 일로”였다. 49명이 주요 노동뉴스로 꼽았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양대 지침’을 100명 중 각각 83명과 71명이 선택해 1·2위를 차지했다. 1년 새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KBS·MBC 노동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공동파업을 했다는 소식이 7위(48명)를 차지했다. “근로시간단축 근로기준법 환노위 간사 잠정합의안 논란 끝 국회통과 실패”가 8위(37명), “김영주 장관·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취임, 노동계 출신 새 정부서 약진”이 9위(34명)를 차지했다. 결국 정부의 제도 폐지 약속을 낳은 현장실습생의 잇단 죽음 소식은 32명이 선택해 10위를 기록했다.

10대 노동뉴스에 오른 주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다. 58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2위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었다. 47표를 받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2표로 3위에 올랐다. 그는 2015년과 지난해 올해의 인물 1위로 꼽힌 바 있다. 4위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20명), 5위에는 문성현 노사정위원장(18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발언으로 양대 노총의 항의방문을 받았던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5명의 표를 받아 6위에 올랐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과 제주 현장실습생인 이민호군이 각각 7위(8명)와 8위(6명)를 기록했다. 최승호 MBC 사장은 5명의 지목을 받아 9위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각각 4표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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