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전국전기검침연대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가능할까.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을 감수하고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 찾아들었던 노동자들은 문 대통령 한마디에 정규직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나 7개월이 흐른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다.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있어서 문제점과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15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실태가 공개됐다. 직접고용 원칙인 생명·안전업무를 자회사로 전환하려 하거나 임의판단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배제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정규직 되기는 바늘구멍 뚫기

한국전력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 626명 중 285명과 파견·용역노동자 8천821명 중 4천822명이 전환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기간제는 341명, 간접고용 노동자는 3천999명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표적인 업종이 전기검침원이다. 검침원 5천352명 중 한전 소속은 152명뿐이다. 검침원의 정규직 전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태조사를 진행한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상당수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사가 “원격검침 단계적 도입”을 이유로 검침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침업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 전환기준으로 정한 연중 9개월 이상·향후 2년 이상 지속될 업무다.

김상균 연합노련 서울지역본부 의장(전국전기검침연대 의장)은 “공사는 용역업체 검침원 전원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하면서도 내부 선발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30~40%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며 “노사협의회 첫 회의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원격검침 도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 범위를 흘리고 있어 현장 노동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안전업무는 되레 외주화 위기

직접고용이 원칙인 생명·안전업무를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인천교통공사가 장본인이다. 두 기관은 경비원·궤도보수원·스크린도어 유지보수원 같은 생명·안전업무 대부분을 외주화했다. 유성규 노무사는 “두 기관 모두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뒤에도 생명·안전업무 외주화로 인한 위험의 상존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기검침원 문제와 관련해 “공사는 원격검침 단계적 도입을 준비한다는 자체 판단기준에 의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검침원을 배제했다”며 “가이드라인을 공공기관이 자체 판단해 조정하도록 두면 사실상 정부가 의도한 통일적 구속력 내지 기준 실효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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