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공장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다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2시 무렵 부산 사상구 공장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던 베트남 노동자 A씨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A씨가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공장 옆 야외화장실 건물 2층에 놓여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얇은 컨테이너 외벽을 타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으려고 전기장판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지내다 사고를 겪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경기도 광주의 가구공장 외국인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2월에는 인천의 한 공장 컨테이너 외국인노동자 대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2월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마련했다. 업무지침에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숙박시설과 식사를 제공하면 통상임금의 20%를 공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계 평가는 차갑다. ‘임시 주거시설’ 역시 공제 대상에 포함돼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컨테이너 같은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비용만 아끼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7월 노동부에 지침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주노동자 주거시설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 설치기준을 구체화하고, 감독·지원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지내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며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도록 국회가 조속히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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