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항공지상조업업체인 한국공항㈜ 직원 이아무개(49)씨가 지난 13일 오전 출근 직후 쓰러져 숨졌다. 고인은 월평균 50시간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근부터 이튿날 출근까지 연속휴게시간이 10시간에 못 미치는 날이 한 달에 5~6일이나 됐다. 해당 사업장 연장근무 실태를 분석했더니 월 10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 연장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너 시간 쪽잠 자고 다시 출근

공공운수노조는 18일 오전 인천 남동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현장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을 부검한 부검의는 “심정지 원인이 과로나 극심한 스트레스, 날씨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출퇴근 자료에 따르면 고인은 9~11월 월평균 50시간의 초과노동을 했다. 연속휴게시간이 10시간 미만인 날이 한 달에 5~6일로 집계됐다. 밤 10시가 넘어 퇴근해 다음날 6시30분까지 출근한 날도 있었다. 퇴근에서 출근까지 8시간30분 남짓이다. 고인의 집이 있는 경기도 부천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왕복 2시간, 식사시간을 빼면 3~4시간 쪽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 잦았다는 얘기다. 최근 고인은 인원부족과 사측의 충원 거부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몇 달 전부터 힘들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얘기를 가족들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공항측은 “해당 직원의 월평균 연장근무 시간은 32~35시간 수준이었다”며 “연장근로는 법 허용 범위인 주당 12시간을 초과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엉터리 연장근무시간”이라고 반박했다. 회사가 주장하는 연장근무 시간은 실제 출퇴근시간이 아닌 회사가 인정한 시간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강영식 한국공항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위반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공공운수노조


노조, 근기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사장 고발

사업장에는 1노조인 한국공항노조와 2노조인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가 있다. 회사와 1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현장 등 램프(RAMP) 근무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조합원 근로시간은 1월 이내 단위기간을 평균해 1주일간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주 근로시간은 52시간, 특정일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을 초과할 수 없다.

노조가 최근 3개월간 부서별 연장근무시간을 분석했더니 램프화물팀은 월평균 88시간, 램프여객팀은 54시간, 항공정비팀은 93시간 초과노동을 하고 있었다.<사진 참조>

고인이 속한 램프여객팀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항공정비팀의 경우 직원들의 과로사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회사측은 “현장 주요 부서 월평균 연장근무 시간은 2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사가 시행한 탄력적근무제가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내놓은 35시간 연장근무 기록에 유족과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 관계자는 “수백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업계 1위 회사에서 벌어지는 과로노동 현실이 이렇다면 수천명이 근무하는 재하청회사들의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노동부가 고인의 죽음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사측의 법 위반 행위를 시정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고인 빈소를 정리했지만 산업재해 처리와 회사의 사과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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