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복지공단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안) 중간본. 근로복지공단

내년 1월부터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시행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이 완성되지 않은 데다 지침 중간본<사진 참조>을 확인한 결과 해석 여지가 분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 동호회·체력단련실 이용 뒤 사고는?=17일 노동계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산재보험법 개정에 따라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을 마련 중이다. 공단은 지난 15일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공단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에 맞춰 출퇴근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과 세부 업무처리 절차를 정해 업무 일관성과 통일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사업주 지배하 출퇴근 재해는 물론 통상 출퇴근 재해도 산재로 인정한다. 통상적인 출퇴근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인한 일탈·중단의 경우 산재 인정 범위에 포함된다. 공단은 지침에서 “출퇴근이란 취업과 관련해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을 말한다”며 “통상적인 경로 및 방법에 따라 이뤄진 경우”를 판단 원칙으로 밝혔다.

통상 출퇴근 재해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취업관련성이다. 통상 출퇴근 시각을 벗어나 재해가 발생한 경우 출퇴근 이전 행적과 주거와 사업장 간 거리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취업관련성을 따져 산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무 종료 후 사업장에서 업무 외 사유로 상당한 시간(2시간 내외)을 초과해 머물렀다면 취업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개인취미활동이나 동호회 활동을 목적으로 소정 근무개시시각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업무 외 사유로 상당한 시간을 회사에 머문 경우다. 지침 중간본에 명시된 예시에 따르면 개인취미활동이나 동호회 활동은 취업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제조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체력단련을 위해 체력단련실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사내 동호회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취업관련성 여부를 따지는 데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장 혼란 최소화하고 인력 확보해야”=사업주 지배·관리하에 발생한 사고만이 아니라 통상적인 출퇴근 과정(방법)에서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개정 산재보험법은 분명 진일보했다. 그러나 지침 내 불명확한 문구나 잘못된 예시로 자칫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산재 인정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지침 중간본에 따르면) 취미활동이나 동호회 활동으로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면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내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다 다쳐도 산재로 인정되는데, 운동을 하다 상당한 시간(2시간 내외) 뒤 퇴근한다고 해서 과연 업무관련성을 부정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권 노무사는 ‘2시간 내외’ 기준에 대해 “시간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1시간59분까지 산재로 인정되는 사유가 2시간1분부터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로 일탈·중단 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로 복귀하더라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통상 경로로 출퇴근하다 잠시 일탈·중단했더라도 다시 그 경로로 복귀했다면 복귀시점부터는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지침 중간본에 대해 “문구상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며 “건설노동자가 머무는 공사장 인근 임시숙소는 일시적 주거지로 인정하게 돼 있지만 지침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개정 산재보험법 통과가 늦어진 데다 공단 내 출퇴근재해TF가 12월 초에 꾸려졌다”며 “시간이 굉장히 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는 "폭넓게 산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최종 지침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중간본에 들어간 예시를 세분화하거나 아예 없애 산재 인정 사유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직장내 동호회나 체력단련시설 이용은 대체로 사업자 지배·관리하에 있었다면 업무관련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인정하겠다는 것이 지침의 취지”라며 “2시간을 기준으로 산재 인정 여부를 가른다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입증이 애매하더라도 그 시간까지는 대체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산재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지침을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홍 소장은 “개정된 산재보험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산재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고 그 인력이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