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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직률 역설

노동조합 조합원은 느는데 조직률은 제자리걸음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16년 말 전체 조합원은 전년보다 2만8천명 늘어난 196만6천명이다. 노조 조직률도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10.3%를 기록했다.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를 포함하면 전체 조합원은 2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조합원수다. 주요 외국의 경우 조합원과 조직률 모두 감소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에 속한다. OECD 회원국 평균 조직률 25.5%(2013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6년째 조직률이 1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조하기 어려운 나라’다.

10%대 조직률은 19.8%를 기록했던 1989년 조직률과 비교된다. 89년(조합원 193만명)에는 민간부문·공공기관 노조를 바탕으로 조직률을 집계했다. 민간부문 조합원이 줄어들었으나 전교조·공무원노조 합법화로 과거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89년 이후 20여년째 노조 조직률 정체현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조직률을 보면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가 증가한 반면 양대 노총 소속은 감소했다. 기업별노조의 초기업단위노조 전환이 늘면서 전체 노조수는 감소했으나 2011년 7월1일부터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규노조가 초기업단위노조로 전환하지 않고 양대 노총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규노조들은 무노조 사업장보다 유노조 사업장에서 다수 설립됐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해석은 분분하다. 사용자 지원으로 노조설립이 이뤄졌기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용자들이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노사 불신·불안을 조성하는 어용노조와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는 양대 노총이 신규노조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양대 노총은 미가맹 노조들을 끌어안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데 고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직 조합원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은 노조를 그림의 떡으로 여긴다. 올해 8월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전년보다 0.3%포인트 늘어난 2.9%에 불과하다.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은 노조라는 우산을 써 보지도 못한 채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셈이다.

노조 조직률은 노동자의 정치·사회적 권리와 사업장 권리 수준을 반영한다. 해당 나라 복지수준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10%대 초반 노조 조직률은 딱 그만큼의 노동자 권리 수준을 보여 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비정규직이 증가하는데도 노조할 권리는 한없이 미약했다. 노조 결성 장벽이 되레 높아졌다. 비정규·청년·여성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면 받을 불이익을 우려했다. 노조를 불온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인식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노동계·사용자가 노조 설립이 어려운 중소·영세 사업장에 합리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용노조 논란을 초래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조직화는 노동조합 고유의 영역이다. 양대 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내걸었음에도 조직률이 지지부진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양대 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활동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말로만 조직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예산·인력을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과감하게 배치하자.

산별노조·연맹은 개별 사업장에서 잇따르는 비정규직 감원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비정규직을 안전판으로 정규직 고용을 보장하는 비정한 결정이 되풀이해야 하는가. 노조에 대한 반감은 이런 악순환에서도 비롯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최근 공공기관에서 불거진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듯하다. 이런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하면서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조직화를 거론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 조율은 별개 과제가 아니다. 양대 노총은 사업장 내에 일자리·물량을 두고 벌어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조율·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률이 오른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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