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급정책협의회가 열린 14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고성이 새어 나왔다. 김주영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노총 지도부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자리였다.

한국노총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올해 5월 정책연대협약 이행점검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첫 회의가 열렸다.

밝은 분위기를 기대하기에는 의제가 너무 무거웠다. 협의대상이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개정안이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단은 주 52시간(연장근로 포함 12시간) 근무를 2021년 7월까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대선 당시 체결한 정책연대협약에는 위법한 정부 지침인 휴일·연장근로 지침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즉시 폐기한다고 돼 있다”며 “홍영표 의원 등 일부 의원 주장대로 간다면 정책연대협약 파기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또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우선 처리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시간단축 실무협의를 제안하자 한국노총은 “근기법 개악 중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 52시간 근무와 특례업종 축소 일괄처리 여부를 놓고 한정애 의원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충돌했다.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과 한국노총 현직 본부장이 얼굴을 붉힌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온 김주영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노총 지도부와 우원식 원내대표·한정애 의원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최근 간사단 합의대로 근기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려는 청와대와 여당 내 일부 움직임 탓에 문재인 정부 노정관계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말이 돌았다. 이날 회의는 급속하게 냉각된 한국노총과 여당·청와대 관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