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월평균 임금이 정규직의 61.1%에 그치는데도 무기계약직 10명 중 6명(59%)이 정규직과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무기계약직 1단계 처우개선을 거쳐 2단계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인권실태 및 정책대안’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위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무기계약직 월평균 임금 정규직의 61.1%
“4년 이상 근속 기준 온전한 정규직 전환”

이날 주제발표를 한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센터 대표)에 따르면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0만7천317명으로 2012년 13만3천562명에 비해 7만3천755명(55.2%) 증가했다. 무기계약직 월평균 임금은 271만8천원으로 정규직 임금(444만8천원)의 61.1%에 머물렀다.

조 교수가 8월7일부터 9월6일까지 무기계약직 1천115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복지수당의 경우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13개 항목 중 무기계약직은 3.91개 항목만 적용받고 있었다. 명절상여금은 정규직의 53.1%, 선택적 복지비는 61.5% 수준이었다.

무기계약직 59%는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같은 사업장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동일 임금체계·승진체계·직군체계에 통합된 비율은 각각 5.3%·1.2%·6.4%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분리돼 별도 인력관리체계로 관리되고 있다”며 “차별이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정으로 무기계약직 불만이 매우 높았다. 5점 만점에서 임금·복리후생 만족도가 최하위인 2.17점에 그쳤다. 임금·복리후생 만족도는 2.30점, 근로시간·노동강도 만족도는 2.65점이었다.

조돈문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앞으로도 무기계약직이 꾸준히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계적인 정규직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2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1단계에서는 총액인건비제 규제를 완화하면서 임금인상을 통해 정규직과 동등처우를 이루는 한편 공무직이나 교육공무원 같은 법적 지위 부여를 위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며 “2단계에서는 4년 이상 같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동일업무 정규직과 임금차별 여전
조영선 사무총장 “무기계약직 차별시정 정책검토”

공공부문 20개 기관 무기계약직 26명 면접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무기계약직 대부분이 기간제 2년을 거쳐 전환됐지만 파행적으로 이뤄진 사례도 확인했다”며 “예산이 부족한 경우 2년이 되기 전에 기간제를 해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화교환·영양사·전산원·안전·사서 등의 업무에서 무기계약직이 공무원 혹은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반면 무기계약직 임금은 이들의 50~60%에 머물렀다.

정흥준 정책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 관련 인사제도가 존재하지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제도”라며 “별도 승급제도가 없는 단일직급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기계약직은 별도 명칭이나 직급이 없고 일부 기관에서 '공무직' 호칭을 사용하는 정도였다.

이 밖에 무기계약직은 휴가를 사용할 때 상급자 승인을 받아야만 하고, 인사평가 내용·절차가 불투명하며, 조직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과 차별에 노출돼 있었다.

정 위원은 “무기계약직은 고용만 안정돼 있을 뿐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또 다른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 불과했음을 확인했다”며 “각 공공기관에서는 이러한 무기계약직 박탈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에 관한 권고를 할 계획이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무기계약직은 형식적으로 고용이 보장되지만 통상 정규직과 격차가 존재한다”며 “무기계약직 차별시정을 위한 정책검토를 포함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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