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파열음이 심상찮다. 정부는 노사자율이라는 원칙하에 기간제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파견·용역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꾸려 정규직 전환 방식·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자회사 고용 논란부터 시작해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논란이 되는 기관이 적지 않다. 같은 직종인데도 기관마다 정규직 전환 여부가 다르다.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무시되는 일도 많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나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노조와 전문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각 기관 노사자율에만 맡긴 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각 기관의 상황을 들어봤다.

 

하태현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정규직 전환 ‘예외’를 ‘원칙’으로 삼는 심의위
하태현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현재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는 정부나 교육부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직접 명시하지 않은 업무는 기계적으로 전환예외로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의 예외 사유가 마치 정부 가이드라인의 원칙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그렇다. 이들은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비춰 봐도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환예외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교사·강사 등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전환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은 여러 강사에 대해 전환이 어려운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특별히 강사로 분류할 이유가 없음에도 임의로 강사로 범주화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령자 친화직종의 경우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도 60세 이상으로 별도의 정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일괄적으로 전환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를 표방하며 진행하고 있는 정부정책이 그 취지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현재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손성익 대구도시철도노조 정책실장

노사전문가협의회 꾸렸지만, 인천공항 결과만 바라봐
손성익 대구도시철도노조 정책실장

대구도시철도공사에는 청소·경비·시설관리·차량정비 등 기술직을 포함해 890여명의 파견·용역노동자가 있다.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규모나 대상, 임금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공사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넉달 만인 지난달 23일에야 근로자대표단을 구성됐다. 노사전문가협의회도 12월 초에 꾸려졌다. 아직 첫 회의도 열리지 못한 상태다.

참고할 만한 명확한 사례도 없고 전환에 따른 비용을 충당할 재원도 마련돼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인천공항에 모든 눈이 쏠려 있다. 인천공항 결과를 보고 각 기관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적극적인 논의가 되지 않는다.

또 하나 재원 문제가 있다. 용역회사에 지급하던 일반관리비 등을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비용으로 충당하라는 것이 가이드라인 내용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정책만 있지 실질적인 예산은 없다. 모든 책임은 각 지자체에 떠넘겨 놓은 상태다. 대구시 예산담당관에 따르면 30억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은 없다. 각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은 예산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조직진단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와 예산 뒷받침도 없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김선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노조위원장

깜깜이 정규직 전환 심의위, 노동부 점검 필요
김선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노조위원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원산지 관리·안전성조사·품질검사·직불제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노조는 무기계약직들로 구성됐다.

우리 기관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노조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내·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돼 있다. 실제 다른 기관에서는 노조가 참여해 기간제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전환 심의위 구성에 대해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노조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예 노조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전환 심의위원회에 누가 참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기관의 무기계약직 전환심사 대상 기간제 직원이 800~900명이며, 이 중 원산지 단속업무와 분석실 보조 등 200여명이 전환 대상이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기간제 직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을 때 노조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깜깜이로 진행되는 전환 심의위원회가 얼마나 잘 운영될 지 의문이다. 노조도 모르는데, 기간제 직원들이 내부 돌아가는 사정을 알 리가 있겠나.

고용노동부가 각 기관마다 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 잘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

노조 참여 배제, 기관 자의적 판단 난무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

이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대상 잠정치 발표 결과 50% 정도만 전환한다고 나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의 구호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의 사례를 보면 광명·안양·부천 등은 전환대상이 10~15% 이내에 그친다. 지자체 대부분이 자신들이 조사한 구체적 실태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상컨대 지자체는 정부가 발표한 잠정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는 현장 요구와는 동떨어진 자회사로의 졸속 고용시도로 정규직 전환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키고 있다. 용역회사와 다름 아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전환대상 포함과 배제를 시키고 있다.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 업무는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한 업무다. 그러나 안양시·남양주시는 전환 배제할 방침이고, 오산시는 전환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같은 경우는 올해 12월30일 부로 계약해지 통보했다.

최초 실태조사 당시 작성한 전체현황, 상시지속업무 유무, 전환대상 유무와 전환대상자 결정 자료를 공개해 현장에서 분석·판단하고 협의해 보완해야 한다.

노조는 가장 현장성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조직이다. 전환 심의위와 전환 협의기구에 산별노조를 포함해 노조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하고 협의해야 한다. 자료를 충실히 제공, 공개하고 억울한 이들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는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IMF 이전의 고용형태로 복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 차떼고 포떼면 결과는 이전과 동일할 것이다.

 

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시늉만 하는 기관에 맡겨선 안 돼
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철도공사엔 9천187명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있다. 이 중 3천여명은 자회사 소속이지만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인 대우에는 용역과 차이가 없다. 용역형 자회사로는 비정규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철도 자회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철도공사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서 나타난 관료들의 태도는 ‘어쩔 수 없으니 하는 척은 한다’는 것이다. 노조나 전문가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 직접고용을 최대한 회피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도 부정한다. 자회사로 가라고 할 뿐 처우개선이나 제도화엔 관심이 없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의 불만을 동원하려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유발해 정규직화를 물타기 하려 한다. 철도공사와 논의과정에서 쟁점이 생기면 그다음 날 어용노조가 성명을 낸다. 다른 공기업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용역노동자들이 조직화 돼 있지 않고 고용이 불안하다는 점을 이용해 사측의 입장을 용역노동자들의 요구로 포장하기도 한다. 철우회나 운전기술협회등 철피아 퇴직관료들은 자신들의 용역사업 유지를 위해 소속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지금처럼 공공기관에 맡겨 둬선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노동조합이 개입해야 하고, 전문가 위원들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도 공공기관에 맡겨 두겠다는 태도로는 정규직화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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