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직원 성과평가에 활용하는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이 많을수록 은행 수익이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경제연구소는 7일 내놓은 '국내 은행산업의 과당경쟁 문제와 대안' 이슈보고서에서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시중 8개 은행의 지난해 수익 성과지표와 직원 설문조사, 은행별 KPI 평가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핵심성과지표는 은행이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활용하는 정책이다. 고객에게 높은 이자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하면 KPI 실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식이다. 은행 간 과당경쟁을 촉발해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불러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KPI 지표는 되레 은행 수익을 하락시킨다. 핵심성과지표 변수에 따라 총자산순이익률·자기자본순이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봤더니 마이너스 관계가 나왔다. 지표 항목이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금융노조 조합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지표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지표와 스트레스 변수는 플러스 관계로 확인됐다. 지표와 소비자 보호 변수는 마이너스 관계였다. 지표가 많을수록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은행원 사이에서 핵심성과지표에 남북통일 항목을 넣으면 전 직원이 통일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진담처럼 회자되고 있다"며 "금융 노사는 평가항목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면 은행 수익이 저조해질 것이라는 평소 우려와 다른 조사 결과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노사 공동TF를 구성해 과당경쟁 방지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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