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총기류·자동차부품 제조업체 S&T모티브는 2011년부터 민수(민간) 자동차부품 생산라인에 있는 금속노조 S&T모티브지회 조합원들을 방위산업사업인 총기류 생산라인으로 인사발령하기 시작했다. 방산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방산사업 생산인력은 250여명에서 450여명으로 급증했다. 사측은 그래 놓고 자동차부품 생산인력이 부족해지자 민수사업 대부분을 사내하청으로 돌렸다.

지난해 말부터는 총기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 150명 이상의 유휴인력이 발생했는데도 노동자들을 민수사업으로 재배치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자들에게 연차 소진을 요구했다. 올해는 노조를 탈퇴하거나 연봉제로 전환한 노동자들만 민수사업으로 재배치했다.

지회는 반발하면서도 쟁의행위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2항은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종사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윤승근 S&T모티브지회 부지회장은 6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열린 ‘방위산업노동자 단체행동권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회사가 단체행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조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량 없어도 노조원은 방산라인 배치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미래산업과 좋은 일자리 포럼’(공동대표 노회찬 정의당 의원·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법률전문가들은 주요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헌법 33조와 노조법 41조 폐지 또는 개정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우리나라 주요 방산물자 생산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매출의 상당 부분을 군납이 아닌 수출에서 얻고 있기 때문에 군납에 차질을 주지 않는 수출물량 생산 종사자의 쟁의행위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차질은 국가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기 때문에 노조법의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종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법원이 그동안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방산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방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되 안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윤성봉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노조법 41조2항과 처벌 조항인 88조를 삭제하되, 공익사업장처럼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내려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쟁의행위가 방산물자 조달을 현저히 위태롭게 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이 현존할 경우” 긴급조정을 내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방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가 초래하면 긴급조정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면 된다”고 말했다.

“쟁의행위 전면 허용하되 최소 제한해야”

긴급조정권 제도 도입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믿음)는 “긴급조정권 제도가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무력화하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돼 왔기 때문에 미봉책이 될 수도 있고, 차후 긴급조정권과 관련된 개선 노력이 또다른 암초를 만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개선하고 방위산업을 이 제도에 편입시키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는 “현행 필수유지업무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방위산업을 필수유지업무에 포함하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게 될 수 있다”며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국제기준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쟁의권 제한 범위에 근접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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