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4일 여야 3당이 내년 예산안에 잠정합의하면서 내년에 9천475명의 공무원이 새로 충원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생활·안전 분야 현장인력 충원을 중심으로 제출된 정부 원안(1만2천221명 증원)이 뚜렷한 근거 없이 정쟁과 주고받기 식 협상 끝에 축소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숫자 놀음에 그친 9천475명 증원

5일 기획재정부는 전날 여야가 잠정합의한 예산안을 바탕으로 부처별 내년 공무원 증원 규모 배분작업을 했다. 첨단장비 운용을 위한 군 부사관처럼 예정된 충원이 불가피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축소된 증원 규모에 맞춰 부처별로 일정 비율만큼 줄게 된다.

예컨대 고용노동부와 관련해서는 근로감독관 800명을 포함해 938명을 내년에 증원하기 위한 예산안이 제출됐다. 전체 공무원 증원 규모가 정부안보다 20.2% 축소됐는데 노동부 확충인력은 25.1% 감소한 703명으로 확정됐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면 증원 규모 축소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 협상에서 “대규모 충원에 따른 인건비·운영비·공무원연금 부담이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며 정부안에 반대했다. 심지어 “철밥통 늘리기”라는 주장까지 했다.

결국 합의 전날인 3일까지 1만500명까지 양보한 더불어민주당과, 8천~9천명을 고수한 국민의당이 찾은 절충점이 9천475명이었다. 전형적인 숫자놀음이다.

야당 대선공약 모르쇠하고 “반대”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임기 내 17만4천명의 공무원을 늘리면 적지 않은 재정이 투여되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5년간 17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향후 30년간 271조3천억원의 인건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정부가 늘리려는 공무원은 일반 행정직이 아닌 현장인력 중심이라는 것이다. 정부 원안을 보면 경찰과 군 부사관을 제외하더라도 근로감독관·질병검역·건설화학 안전·세관·출입국 관리처럼 국민 생활·안전 분야 인력(올해 추경 포함)이 전체 충원계획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최근 과로사 논란의 중심에 선 우체국 무기계약직 집배원·택배원 1천명을 공무원화하는 계획도 있다. 정부가 앞으로 늘리는 지방직 공무원도 대부분 소방·사회복지 분야다.

자유한국당도 지난 대선에서 경찰 인력 1만명 증원, 소방공무원 1만7천명 확대를 공약했다. 국민의당 역시 근로감독관·해양경찰·사회복지공무원·역학조사관·방재전문인력·소방관·부사관 충원을 약속했다. 여야 3당 모두 국민의 생활이나 안전과 직결된 분야 공무원 확충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실제 필요한 인력규모를 도출하기 보다는 야당은 증원 규모 축소에만 주력하고, 여당은 합의를 위해 뚜렷한 근거 없이 충원규모를 줄였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증원대상 분야는 대국민서비스와 가장 밀접한 영역인데도 야당은 정확한 지적이나 전향적인 제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며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대중영합적 논리와 작은 정부가 최선이라는 논리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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