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의 부재를 알게 됐을 때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하루하루 버텨 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위생매립장에서 환경미화 노동자가 쓰레기 수거차량에서 쓰레기를 내리는 작업을 하다 청소차 적재함 압축기계에 머리가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달 16일에는 광주 남구에서 도로에서 청소 중이던 환경미화 노동자가 청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 사이 두 명의 노동자가 처참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사망사고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환경미화 노동자가 27명이나 된다고 한다. 공식적인 산재 신청 사례만 보더라도 한 달에 한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쓰레기통 없는 깨끗한 거리 모습을 선진국의 단면으로 묘사하고 추구하면서, 정작 그 일을 직접 맡아 하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현실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져왔을까. 일상에서 쉼 없이 배출되는 쓰레기들의 처리 과정이 수많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노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포털사이트에서 ‘환경미화원’을 검색하면 ‘환경미화원 연봉’ ‘환경미화원 면접질문’ ‘환경미화원 채용공고’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지원자들의 소위 ‘스펙’이 어떤지, 연봉이 얼마인지는 ‘환경미화원’ 채용공고가 뜰 때마다 뜨거운 화제가 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는 모두의 관심 밖이다.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문제점에 대해, 대책에 관해 얘기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 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환경미화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그 과정에서 공개입찰을 통해 단가가 저렴한 업체를 선정한다. 노동자수를 줄이고 저렴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비용절감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것이다. 이렇게 절감되는 비용의 대가는 청소차 한 대에서 함께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서로의 작업 상황을 파악하고 협업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량, 노후화된 청소차, 부족한 휴식시간 등으로 환경미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값’으로만 여겨지는 이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사고와 죽음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상에서 늘 마주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히 여겨 왔던 이들의 노동 가치를, 그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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