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산업재해 소송은 대부분 요양급여 또는 유족급여 청구 불승인과 관련한 사건이다(그 밖에 장해급여·적용징수가 있다). 일단 요양급여 또는 유족급여 청구사건 중 업무상사고 사건을 위주로 기술한다.

소송의 가장 큰 부담은 산재인지 아닌지 증명할 책임이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산재 소송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단 산재가 왜 인정되지 않았는지를 냉철히 분석한다. 심사 청구를 했다면 산재심사위원회, 재심사 청구를 했다면 산재재심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신청해야 한다. 관련 자료 일체를 받아 불승인된 사유와 내용을 위주로 살펴보자. 사실관계 판단 차이인지, 증거 판단이 잘못됐는지, 법리 해석 차이인지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조사서(요양급여사건) 또는 중대재해조사복명서(유족급여사건)라는 양식으로 사건조사 내용을 기재한다. 재해조사서 또는 중대재해조사복명서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틀린 부분이나 오류가 있는지부터 검토하자. 필요 사항을 조사했는지, 회사에서 제출되거나 문답된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를 기타 관련자 조사서와 확보된 자료에서 살펴야 한다.

업무상사고의 경우 사건 유형이 무엇인지부터 보고 소송을 이해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규정된 업무상재해 중 업무상사고는 △업무수행 중 사고 △시설물 결함으로 인한 사고 △출퇴근 중 사고 △휴게시간 중 사고 △출장 중 사고 △행사 중 사고 △회식 중 사고 △요양 중 사고 △타인의 가해행위로 인한 사고 △노조활동 중 사고 △자살 사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사고성재해는 자살 사고 외에는 의학적 판단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실관계에 대한 증명과 법률 해석·판단 문제로 귀결된다. 유·불리 사실에 대한 분석과 확정, 이로 인한 법리 적용 가능성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둘째, 공단과 법원의 판단기준 차이를 알아야 한다. 업무상사고의 경우 공단은 여러 지침(업무상재해 판단 관련 업무지시, 요양팀-1939, 2009년)을 비롯해 유형별 사고에 관한 지침·지시를 두고 있다. 사건 유형별로 판단하는 공단 지침 세부기준이 무엇인지, 조사항목은 무엇인지, 판단 경향은 무엇인지를 먼저 법원 판례와 비교하자.

셋째, 증거신청을 통한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다. 산재 신청과 심사 청구 및 재심사 청구 과정에서는 법률상 증거신청제도가 기능하지 않는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판사 재량에 따라 이를 허용하고 있다. 최대한 판사 심증을 넓힐 수 있도록 증거신청을 통한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주에게 사실조회 신청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 밖에 증인신문이나 문서송부촉탁 신청이나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통해 관련 문서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증거 신청을 통한 사실확정과 더불어 법리 해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즉 하나의 사고라도 여러 범주의 재해에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노동자 A씨가 회사 출근 이후 사내에 설치된 차량판매센터를 다녀오다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산재를 신청했지만 사적 목적으로 이동하다 다친 것으로 업무와 무관한 재해라며 불승인됐다. A씨는 이 사건에서 출근 이후 부서장 허가를 얻어 회사에 등록된 자전거를 타고 오다 당한 사고였으므로 (사내) 통근 중 재해(통상적인 경로와 방법), 휴게시간 중 재해(통상적이고 정형적인 사내활동), 업무준비 중 재해(업무 복귀를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이를 포괄해 업무준비 중 재해로 판단됐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55404 판결).

다섯째, 증거와 법 논리 그리고 이를 담은 서면이 핵심이다. 사실관계 확장 또는 증명을 통해 법리 적용이 가능한 논리를 담아 준비서면을 내고 증거를 제출해 판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변론기일 전 통상 5일 전에 제출해 판사가 미리 준비서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피고 답변서에 추가적인 반론이 필요할 경우 변론이 종결된 이후라도 대응(참고서면)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산재 소송의 가장 큰 행운은 좋은 판사를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보다 노동자와 그 가족은 오히려 본인의 산재 소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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