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을 운영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서울9호선운영노조가 3일 현재 나흘째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5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절감만을 위한 설계

노조에 따르면 주말에도 노사가 교섭을 했지만 단체협약 체결 관련 내용만 다뤘고 인력충원·근무여건 개선 같은 파업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노조는 49명 충원을 요구했고, 회사는 15명 충원을 주장했다. 노사가 이후 교섭에서 요구안을 조정했지만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문제는 인력충원안이 타결되더라도 노동자 건강권과 시민안전을 침해하는 현재 상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9호선 노동자들이 지난달 30일 첫 파업에 나서며 “9년을 참았다”고 외친 것은 비용절감을 중심에 둔 운영 때문이었다. 9호선은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관사들도 서울교통공사보다 월 평균 3~4일을 더 일하고 운전시간도 길지만 급여 수준은 외려 낮다. 숙련 기관사 이직률이 높은 이유다.

9호선 운영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차량기지에 숙박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새벽 4시까지 출근하려면 새벽 3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 게다가 역무원을 최소화한 탓에 25개 역 가운데 5개 역이 상시 1인 근무, 10개 역은 시간대에 따라 1인 근무역이 돼 버렸다. 휴가자가 생겨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 9호선은 민간사업장이기 때문에 공익근무요원도 둘 수 없다.

“운영사부터 서울교통공사가 직영화하라”

9호선은 다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시행사(서울시메트로9호선)가 30년간 9호선 1단계 구간을 운영하도록 민간투자사업 계약을 맺었다. 시행사는 다시 운영사(서울9호선운영)에 승무·역무·기술 같은 실질적 운영을 위탁했다. 시행사와 운영사 간 계약은 2023년까지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프랑스계 2개 회사가 합작해 만든 RDTA가 지분의 80%를, 현대로템이 20%를 투자한 회사다. 이들 회사가 초기 투자비로 10억원을 투자했고 7년간 234억4천800만원을 배당액으로 가져갔다. 2009~2015년 7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270억1천300만원이다. 같은 기간 배당액은 234억4천8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의 87%를 가져간 것이다. 2014년에는 당기순이익이 24억1천600만원이었지만 그해 중간배당액은 당기순이익의 두 배가 넘는 48억8천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을 노동자 처우개선과 시민안전에 쓸 수 없는 구조다.

라기원 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은 당기순이익을 안전비용과 직원 처우개선에 쓸 생각이 없고 어떻게든 최소 비용으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노조는 2차 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운영부터라도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면 해지지급금을 지불해서라도 직영화하라고 요구할 텐데 민간(시행사) 대 민간(운영사)의 계약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사에 만료 전에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하고 차선책으로 계약이 끝나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하철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대책위원회(준)와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4일 저녁 서울 광화문 파이낸셜빌딩 앞에서 '지옥철 9호선을 바꾸기 위한 촛불문화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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