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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몰리는 청소년 노동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나는 전교조 결성으로 해고된 지 10년 만인 1998년 9월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복직했습니다. 그 당시 학교 이름은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였는데, 유서 깊은 상업계 실업학교인 선린상업고등학교가 시대 변화에 따라 그렇게 변해 있었습니다. 대책 없는 대학 진학 열풍이 불면서 실업계 고등학교는 설 곳을 잃었고,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남은 학생들이 할 수 없이 지원하는, 그런 학교가 돼 있었습니다. 당연히 실업학교 학생들은 의욕도 희망도 없었고, 교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있었지요. 10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나는 너무나 변해 버린 새로운 현실 앞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교육정책의 잘못으로 고등학교 실업교육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모습을 본 것입니다.

한 번은 수업하러 어느 교실에 들어갔더니, 오전이었는데도 상당수 학생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습니다. 내 수업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폭력도 행사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 탓으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엎드려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속이 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사연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사실 자는 학생들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부분 저녁에 치킨배달 같은 오토바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잠을 못 자 피곤해 그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밤늦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피자나 치킨 등을 배달하는 사람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교육노동운동을 한답시고 폼 잡으며 간부까지 지낸 자신이, 바로 주변에 이런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있는지는 몰랐으니까요.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내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에게는 더 편안하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힘들고 불편해 보여 라면상자 같은 것을 갖고 와 교실 뒤편에 누워 편안히 자라고 했더니, 학교에서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제일 편하다고 해서 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뒤 우리는 한 학생의 오토바이 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작은 병원에 조촐하게 차린 빈소에는 문상객도 별로 없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을 어느 절에서 키운 학생이었습니다.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돈을 모으기 위해 밤새도록 오토바이를 몰았다는군요. 그날 저는 함께 간 학생들과 함께 많이 울었습니다.

그 뒤 실업계 학교는 많이 진화해 특정 산업부문 특성에 맞춰 산업체와 연계해 교육을 하고 취업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특성화고등학교로 발전하고, 비교적 성적이 우수하거나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게 됐습니다. 선린도 앞장서 인터넷산업과 연계하며 선린인터넷고등학교가 됐지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인문계에서 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대거 늘리는 등 고등학교 서열화로 고교평준화교육의 근간을 흔들더니, 실업계는 마이스터고를 비롯한 특성화고등학교를 대폭 늘려 청년실업까지 해소한다는 과도한 계획을 세워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 없이 시작한 특성화고등학교 정책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현장실습 학생들의 연이은 산업재해입니다.

얼마 전 제주지역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18살 이아무개군이 기계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올해 초엔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홍아무개양이 회사의 실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성남 외식업체 조리부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김아무개군이 업무과다와 선임의 괴롭힘으로 스스로 세상을 버렸고, 지난해 식사대용 라면 하나를 가방에 남겨 놓고 구의역 승강장 9-4번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진 김아무개군도 역시 현장실습생 출신이었습니다.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현장실습 제도 자체는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기업들이 현장실습 제도를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거나,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서 현장실습생들의 인권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또한 정부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취업률로만 한정해 실적을 위해 직종이나 작업환경은 무시된 채 질 낮은 일자리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등학생 현장실습 제도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당국의 제대로 된 정책과 철저한 감시·감독이 필요합니다. 기업 또한 현장실습생을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필요한 교육과 함께 노동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풍토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이수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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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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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둘맘 2017-12-02 08:58:44

    이번에 특성화고 특별전형에 합격을 한 중3 아들을 둔 엄마 입니다. 원하던 학교 과의 합격 소식에 기쁨도 잠시 동시에 맞물려 특성화고, 또 인문계 고졸자들의 현실 기사들에 넘 마음이 착잡해지네요. 저도 인문계고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바로 하지 못하고 제가 원하는 공부를 다시하는 기간을 갖고 취업을 한 경험이 있는데 거의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 느꼈던 막막함과 불합리함이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에 뚜렷한 소신과 목표를 갖고 특성화고에 지원하고 합격한 아들에게 과연 나중에도 잘했다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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