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9호선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2009년 개통 이후 첫 파업에 돌입했다. 쟁점은 안전한 지하철 운영을 위한 인력충원이다. 노조측은 투자자들에게 배당되는 배당금을 줄여 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9호선운영노조(위원장 박기범)는 3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현장 인력을 충원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겠다”며 “지옥철 9호선을 바꾸는 파업”이라고 밝혔다.

“배당금 줄여 안전 지하철 만들자”

이날 출정식에는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조합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박기범 위원장은 “9호선에는 민간자본 유치로 인한 효율적 운영 대신 혈세 유출과 치외법권 사기업의 모습만 남았다”며 “지하철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지옥철의 오명을 벗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지하철 가운데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만 유일하게 민간회사가 운영한다. 9호선 건설 당시 건설비용의 16.3%(5천631억원)를 투자한 민간시행사에 서울시가 9호선 30년 운영권을 넘겼다. 시행사는 다시 9호선 운영·관리업무를 운영사(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에 위탁했다. 계약기간은 10년이다.

노조 요구는 배당금을 줄여 인력을 충원하고 차량을 증편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지난 7년간 9호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으로 챙겨 간 금액은 234억원이다.

출정식 참가자들은 “시민들에겐 불안하고 불편한 지옥철, 노동자에겐 중노동·저임금의 지옥일터”라고 외쳤다. 9호선 1단계 구간 1킬로미터당 운영인력은 25명이다.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절반 수준이다. 직원 1인당 수송실적은 9호선운영사가 26만명으로 15만~16만명인 서울교통공사보다 10만명이나 많다.

출정식에서는 운영권을 민간회사에 넘긴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9호선은 이미 지옥철이고 이대로 가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노조가 먼저 나선 만큼 서울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사지로 몬 것은 전적으로 서울시 책임”이라며 “9호선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권오훈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서울시가 나서지 않으면 1~8호선까지도 한 번에 멈추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 “대화 지속” … 서울시 “시행사 통해 원만협상 유도”

노조에 따르면 교섭에서 노조는 49명 충원을 요구했다. 사측은 15명 충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밤 최종 교섭에서 노조는 21명을 내년 3월까지 충원하고 나머지 인원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양보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회사측은 15명 충원 이상은 회사가 감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아 파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부터 12월5일까지 6일간 한시파업을 예고했다.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을 요구하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당기순이익이 27억원인데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을 모두 충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31억원”이라며 “회사도 점진적 증원을 제시했는데, 추가 교섭에서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시행사와 계약을 체결했을 뿐 운영사와 별도 계약관계가 없어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시행사를 통해 운영사 노사의 원만한 협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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