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MBC 임원들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앞서 휴대전화를 파쇄해 부당노동행위 증거를 인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전 사장과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사장 직무대행을 포함한 경영진 7명이 8월14~29일 업무용 휴대전화를 분쇄하거나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8월14일 김장겸 전 사장은 실무부서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쇄하고 새 스마트폰을 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김 전 사장의 휴대전화는 두 달도 안 된 새 제품이었다. 백종문 전 부사장도 8월22일 휴대전화를 분쇄하고 새 전화기를 받아 갔다. 새로 받은 휴대전화는 이전 기기와 같은 모델, 같은 색상이었다. 회사는 분쇄된 휴대전화기를 6월5일 지급했다. 두 달 남짓 사용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다.

두 명 외에도 8월에만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17일)·김성근 방송인프라 본부장(23일)·윤동렬 미디어사업 본부장(29일)이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MBC본부는 MBC 경영진들이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 대비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MBC 사측이 벌인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지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진행했다. 이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파쇄한 8월은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소환조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MBC본부는 “김장겸 전 사장이 자신의 비서를 시켜 증거를 인멸한 것은 명백한 증거인멸 교사”라며 “검찰은 더 이상의 증거인멸이 일어나지 않도록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MBC본부 관계자는 “8월 카카오톡 새로운 친구에 김 전 사장과 임원들이 한꺼번에 뜨는 것에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며 “휴대전화 분쇄장면을 목격한 직원 진술과 휴대전화 교체 사실이 기록된 문건을 확보해 지난주 서울서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영진들이 휴대전화 파쇄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로 알려졌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안 돼 휴대폰이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올해 2월 1천8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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