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희 운수노동자

민주노총 2기 임원직선제가 27일 현재 3일 앞으로 다가왔다. 4개 후보조가 막바지 수도권 합동유세를 거쳐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마무리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달 14일부터 일주일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매일노동뉴스>가 위원장 후보 연쇄인터뷰와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지지글에 이어 각 위원장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기호 순으로 싣는다.<편집자>


김명환 후보는 20년 지기다. 시퍼런 청년 시절에 철도해고자와 화물노동자로 만나 온갖 일을 같이 겪었으니 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민영화 저지 총파업을 선언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돕게 됐다. 그런데 정말 잘 모르겠더라.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일을 이렇게 키우는지,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동자 파업이라고 하지만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과 '민주노총=경향신문사 침탈'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확대됐을 때 '아하 이건 옥쇄투쟁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수천 명의 경찰병력이 14층에 있는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코앞에 들이닥쳤을 때 짜릿한 반전카드가 준비돼 있었고 나에게 그 카드가 전해졌다.

“민주노총 대변인으로서 공식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경찰이 하루 종일 난리 친 이곳 민주노총 사무실에 철도 수배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권이 책임져야 합니다.” 이 짧은 트윗으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김명환은 심모원려의 지략가다. 멀리 보고 세밀하게 준비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전을 꾀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내가 물었다.

“그래서 뭐하게?”

“한상균 위원장 석방운동부터 할 거요.”

“그게 무슨….”

“청원하고 탄원하는 것 이상의 조직적 운동을 해야죠. 그래야 민주노총의 조직적 성과가 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시작할 겁니다.”

가슴이 뭉클해졌고 두말없이 선거운동을 돕기로 했다.

김명환은 신의와 진정성의 인간이고 조직적으로 단련된 운동가다. 현장 망치고 지역과 상급단체로 ‘진출’하는 인사들이 수두룩한 판에 ‘조직적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나는 그를 인정한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마를 결심하던 때 김명환은 혈혈단신이었다. 흔히 얘기하는 ‘위수사 메이드’를 가장 늦게 했지만 선거운동 막바지에 이른 지금 김명환 선본은 가장 많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발주나 맹약’이라는 사건이 있다. 몽골족의 역사 나아가 세계사를 바꾼 순간으로, 자무카에게 대패한 테무진이 쫓기고 쫓겨 발주나 호수에 도달했을 때 남은 사람은 19명이었다. 이들이 흙탕물에 가까운 호숫물을 마시며 반격을 결의한다. 그리고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기적이 벌어진다. 가는 곳마다 동조자들이 늘어나서 자무카의 대군을 격파하고 대제국을 건설한다.

이른바 ‘중앙판’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김명환이 홀로 출마를 결심하고 불과 한 달 사이에 지지를 획득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발주나 맹약을 떠올린 것은 나의 주관적 경험치라 하더라도 둘의 닮은꼴이 있다면 그것은 원칙과 신의다.

내 식으로 표현하면 김명환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민주노총에 부여된 사회적 역사적 소명을 다한다는 원칙을 갖고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의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신의의 인간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특별한 이견 없이 선본의 슬로건을 ‘믿는다, 민주노총’으로 정했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동네북 신세이고 살벌한 선거판이라고 하더라도 아픈 상처를 들춰내서 주홍글씨를 새기고 각고의 노력들을 모두 실패로 치부하며 반사이익을 노려서야 무슨 도움이 되고 발전이 있겠나. 하물며 시민운동인지 노동운동인지 모를 방향성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해서야 되겠나.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다.

나는 민주노총을 믿고 김명환의 원칙과 신의를 믿기에 그를 지지하고 당선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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