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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료이용 비용 정부가 지원해야 ③] 무임수송 비용 정부 보전을 통한 지하철 안전성 강화이승우 구의역사고 진상조사단 안전소위팀장
   
▲ 이승우 구의역사고 진상조사단 안전소위팀장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국가유공자는 전국 철도·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논란은 거세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실제 철도·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도 있다. 노인 자살률을 낮추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보내왔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노동의 역사가 그러하듯, 안전 또한 ‘피의 역사’였다. 누군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 비로소 조직과 사회는 관심을 가졌으며, 이 관심이 누적되면서 법령과 예방체계가 만들어졌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건 보편 통념이 됐다. 그러나 현실에선 복잡한 이해관계와 특수 제약으로 인해 상식이 무너질 때가 많다. 무임수송 비용 때문에 안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하철도 그러하다.

철도와 같은 고위험산업에서의 중대사고는 결코 단일 요인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즉 시스템 전반의 인적 요소 및 기계·시설 요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사고 요인으로 배양되다가 ‘방아쇠 사건’이 터지는 순간 비선형적 방식으로 결합되곤 한다. 192명이 목숨을 잃어 아시아 최악의 열차사고로 기록된 대구지하철 참사가 그랬고, 급행전철이 탈선해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부상을 당했던 JR서일본의 후쿠치야마선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고는 각각 인력 부족으로 인한 초동대응 실패와 기관사 과실 같은 인적 요인이 있었지만 동시에 전자는 각종 제연설비 미작동, 후자는 자동열차정지장치(ATS-P) 미설치 같은 기계·시설 요인이 연동되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이처럼 중대사고는 결코 표면적 원인인 사고 유발 노동자의 잘못에서만 기인하지 않으며, 안전리더십과 경영 결정 등 조직 내 심층적 원인까지 모두 연루돼 있다. 조직 전반이 사고와 결부돼 있다는 맥락에서 '조직 사고(organizational accident)'라는 안전이론이 도출됐다. 일선 노동자의 행위만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조직 전체의 몰입과 투자가 중요한 것이다.

조직사고론의 관점에서 현재 지하철 안전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간 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로 인해 모든 지하철 공기업에서 인력 부족과 안전업무 아웃소싱이 심화했다. 또한 안전투자 소홀로 차량과 각종 시설물 노후화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역시 유사하게 분석했다. 지난해 철도안전투자 공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서울·부산·대구·인천 지하철 모두 안전투자 소요 대비 실적은 증가하고 있으나 투자비율은 낮았다. 차후 20년 초과 노선이 다수 발생하기에 설비투자를 위한 재원계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공기업 운영구조 속에서 지하철공사들이 획기적인 안전 투자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지하철 공사는 으레 사회복지적 공익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이는 자연스레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쳐 안전투자 여력 약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익서비스 비용 중 상당액은 무임수송 손실이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 서울메트로가 2008년에 지출한 무임수송 비용은 1천352억원이었는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16년에는 2천65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에 총 예산 중 안전투자예산(비중)은 2009년 5천981억원(29.5%)에서 정점을 찍은 뒤 크게 하락해 2014년에는 1천403억원(7.7%)까지 떨어졌다. 무임수송 지출이 안전투자예산보다 많거나,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된 것이다. 옛 서울도시철도에서는 더 심했다. 2011년 무임수송 지출이 879억원인 반면 안전투자예산은 259억원(총 예산 대비 3.1%)에 불과했다. 무려 3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이런 식으로 서울도시철도에서는 무임수송 지출이 안전투자예산을 훨씬 상회했다.

서울지하철 사례를 살펴봤을 때 무임수송 지출 등의 공익서비스 비용으로 인해 적자가 커지는 구조 속에서 안전투자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무임수송 지출을 부담하는 다른 지하철공사 역시 이와 유사할 텐데, 이러한 재정압박은 전체 지하철 공통으로 인력 감축과 아웃소싱 확대, 차량·시설에 대한 소극적 투자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투자를 통해 인력 확충과 시설 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상상하기 싫지만, 근간에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사고 조사자들은 조직사고론에 입각해 무임수송 지출 같은 예산 제약으로 인해 안전투자가 적기에 되지 않거나 부실한 것을 사고 배후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결국 사고의 심층적 요인에 안전투자예산을 좌우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위치해 있음을 의미한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무임수송 정책으로 인해 지하철 안전이 저해받고 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정부는 무임수송 비용의 정부 보전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보전된 비용은 안전투자예산으로 전액 투입되도록 정부 및 지자체, 운영기관이 협의함으로써 안전을 증진시키는 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동안 무임수송 지출과 같이 이용자의 금전적 편익 증대를 위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인해 지하철 운영기관이 우선 추구해야 할 안전이 장기간에 걸쳐 위협받아 왔다. 비용 편익 측면을 넘어 누구도 다치거나 생명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는 당장 가시적 성과로 칭송받지는 못해도 고위험 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최고의 성과가 될 것이다.

정부·지자체·운영기관들이 안전을 위한 정책 개발과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가운데 이동수단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과 공공서비스로서의 공익적 특성, 그리고 정시성 같은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나가길 기대한다.

이승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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