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뼈대는 유사했지만 속살은 달랐다. “조합원에 의한 민주노총”이라거나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민주노총”을 공동 지향으로 내걸면서도 세부적인 실현 방법에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의 교섭·대화 방식에서 후보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카페 산다미아노에서 '2017년 민주노총 선거 후보자 언론사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위원장 후보 4명이 동반 출마한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중 1명과 함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최측이 각 후보에게 세 가지 공통질문을 던진 뒤 답변을 듣고, 후보가 사회권을 갖고 상대 후보에게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주도권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사정위 즉각 참여"부터 "절대 불가"까지=첫 번째 공통질문은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투쟁할 것인가”였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데다, 일부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투쟁기조가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현실을 반영한 질문이다. 쟁점으로 좁히면 '사회적 대화'로 요약된다.

추첨에 따라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하기 좋아졌고, 노조 활동 폭이 넓어졌다고 보는데, 제 생각이 80만 조합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현재 구조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정부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노동의제를 설정해 민주노총 현안을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위원장 후보들은 "현재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호 2번 이호동 위원장 후보는 노사정위 폐지와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민주정부 3기로 불리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6개월이 지나도록 노동 관련 프로그램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며 “노정교섭이라면 시간·횟수·장소를 불문하고 대화에 나서 노동의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호 4번 조상수 위원장 후보는 기존 노사정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에 민주노총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후보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에서 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촛불혁명을 완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에 노정교섭과 산별교섭 제도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노동시간단축같이 시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의제에 대해선 사안별 노사정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는 노사정위를 빼고,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하는 신8자 회의를 새로운 대화기구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한상균 위원장이 아직 감옥에 있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근로기준법 개악 조짐도 있다”며 “민주노총이 지금 당장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로 주어진)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만큼 대화와 교섭, 비판과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공통질문은 “재벌개혁 어떻게 할까”였다. 후보별 의견이 대체로 유사했다.

기호 2번 이호동 후보는 “재벌개혁은 한국 사회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민주노총이 이에 대한 조직적 질서를 꾸리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퇴진 과정에서 재벌 문제가 국민에게 보고된 만큼 위원장이 되면 문재인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와 양심 있는 세력과 함께 자체 개혁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4번 조상수 후보는 “정부가 세법·상법·노동법만 제대로 운영했다면 한국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 같은 재벌문제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소유·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단위 기업집단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단위 사업장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재벌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개혁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밝혔다.

기호 1번 김명환 후보는 “무노조 경영 삼성과 현대자본에 노조할 권리 보장과 산별교섭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실현시켜 거대 자본의 이윤 독식구조를 깨뜨릴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관계자)를 주기적으로 만나고,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사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해 노동현장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살아 숨쉬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유완형 사무총장 후보는 “미국에서 노동자와 최고경영자(CEO) 사이의 소득차이가 300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고,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법정에 출두하며 ‘내가 내 돈 쓴다는데 왜 난리야’라고 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며 “청와대와 권력층, 재벌의 카르텔을 깨뜨리는 데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무총국·의결기구 혁신방안은?=마지막 공통질문은 사무총국과 의결기구 혁신방안이었다. 현장 의견이 조직 의사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질문이다.

기호 4번 이미숙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이 아래로부터 동맥경화에 걸려 현장 목소리가 총연맹에 전달되지 못했다”며 “노동팟캐스트 설치와 매달 한 차례 100분 토론, 조합원 1만명 이상 소산별·조직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대의원대회 집단퇴장 같은 반민주주의적인 조직문화를 바꿔 내겠다”고 약속했다.

기호 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는 “조합원 총회를 갈음하는 높은 위상의 대의원대회가 있는데, 정족수 부족처럼 화나는 이유로 유예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건에 대한 의견수렴과 설명회, 필요하다면 안건 응모를 받는 등 충분한 사전소통으로 명실상부한 정책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의원 직선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는 "현장에서 얘기하는 '그들만의 민주노총'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은 조합원 신뢰도 쌓지 못하고 국민에게도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때 시행해 효과를 봤던 권역별 대의원 간담회를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해 현장 의견이 반영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이호동 위원장 후보는 “임원직선제 안건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조합원들의 참여를 확대해 반쪽짜리 직선제를 완결하겠다”며 “하의상달과 상의하달의 유기적인 조화와 결의에 따라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한 지도력으로 집행·의결 기구를 정상화하고, 다방면으로 조합원과 소통해 결정을 재결정하는 과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조직갈등·투쟁 머리띠' 공방=주도권 토론은 기호 1번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후보부터 시작했다. 그는 기호 4번 조상수 위원장 후보를 향해 “현직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으로 필요할 때 결단을 하지 않으면서 택시·택배 등 민주노총 내부 조직갈등 해결에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상수 후보는 “전임 집행부 시절 불거진 문제로 제가 위원장이 된 후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해당 노조들이 민주노총 내부 질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며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사회적 대화를 두고서도 공방이 이뤄졌다.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는 “기호 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의 신8자 회의 구성은 실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노총에는 시간이 없다”며 “국회 참여를 주장하는데 자유한국당에서 들어오면 어떡할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명환 후보는 “지금의 노사정위는 20년이 지난 올드버전으로 새로운 주제와 산업 변화를 담은 사회적 대화를 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용도폐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호 2번 고종환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15년 이상 임원선거를 봐 왔는데 이번 선거는 좀 이상하다”며 “기호 2번만 투쟁 머릴띠를 매고 있는데 다른 후보들은 왜 매고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는 “교섭 상대를 만날 땐 칼을 안에 품되, 앞에선 웃으라는 얘기가 있는데 머리띠를 맨다고 투쟁에서 이긴다면 항상 매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4번 조상수 위원장 후보는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를 향해 “노사정위에 참여한다는 것은 집권여당과 정책연합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한국노총처럼 가자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기호 3번 윤해모 위원장 후보는 “현장에서 보면 한국노총만의 체계와 프로세스가 있는데 공조할 부분이 있다”며 “정치방침에 대해선 추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이호동 후보는 노정교섭이나 사회적 대화가 이뤄진다면 무엇을 첫 의제를 삼을지를 묻는 현장 질문에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고,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 노동기본권 강화,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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