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제도 개편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재계가 “이대로라면 기업은 물론이고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 내며 산입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며 7천530원으로 결정되자 현장에서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돌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가 횡행한다. 최저임금 제도개선TF는 다음달 6일 공개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과 업종·지역별 적용방안을 논의한다.

KCC여주노조 “최저임금 인상 회피용 상여금 폐지 안 돼”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려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일상화했다.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없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KCC 여주공장은 인상된 내년 최저임금을 충족하려면 기본급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조 집계에 따르면 입사 8년차까지 120여명의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어진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자 회사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KCC 여주공장 노사는 올해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26일까지 15차례 교섭을 했다. KCC여주노조(위원장 윤대성)는 내년 최저임금 7천530원에 저촉되는 노동자들을 우려해 여주공장 초임시급인 6천884원 대비 9.4%(646원)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상여금 600%를 폐지하는 대신 시급 180원 일괄 인상과 개인별 시급 40% 인상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최저인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며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교섭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발하고 있다. 2년마다 하는 단체교섭은 내년에 진행된다.

방성인 노조 사무국장은 “내년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다는 전제하에 회사의 개인별 시급 40% 인상안을 적용하면 현재보다 임금이 줄어든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회피하고 실질임금은 삭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지 말고 1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린 다음 임금체계 개편안을 논의하자고 했는데도 회사는 상여금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인상만큼 시급을 올리면 공장 가동이 어렵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30일째 여주공장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최저임금 제도개선TF ‘결정구조 개편’ 의견 모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가시화한 데다 최저임금위가 30년 만에 최저임금 개편을 논의함에 따라 산입범위를 확대하려는 재계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취지를 지키려는 노동계 간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지난 18~19일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TF 워크숍에서도 산입범위와 지역별·업종별 차등지급 문제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컸다. 워크숍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기상여금까지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지역별·업종별 차등지급은 연방제 국가에서나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격론이 이어졌다.

제도개선TF는 다음달 6일 공개토론회를 열어 노사가 제출한 6개 중 4개 과제에 대한 중간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공개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위원구성 개편방안,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을 제외한 4가지 과제를 다룬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과 가구생계비 계측·반영 방법,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방안,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방안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TF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모아졌고, 소득분배 개선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이라기보다는 연구과제 성격이 짙어 별도 토론을 하자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국회나 정부가 주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기보다는 현재와 같이 노·사·공이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 옳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노·사·정이 추천하는 방식도 제안됐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는 공개토론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12월 운영위원회를 거쳐 전원회의에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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