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수백 명이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 주저앉았다. 입고 있는 작업복은 가지각색이다. 로젠·쿠팡·CJ대한통운. 심지어 우체국 마크가 수놓인 외투를 걸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회사는 달라도 모두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이다.

택배연대노조와 전국우체국위탁택배협회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이달 3일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조가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사업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노조가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택배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노조에 따르면 경주지역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11시 하차를 종료하고 배송을 시작한다. 하차가 오후까지 이어지면 야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를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투쟁'으로 부른다.

울산 택배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을 독려한 현수막 게시를 방해한 지점장 사과를 요구하며 포장이 미비하거나 중량을 초과한 물건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3주 사이에 지회 2곳이 설립됐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있는 전국 7개 택배대리점에 교섭을 제안했다.

택배노동자들은 "설립신고증을 받은 지금이 조직확대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대회에서 발언한 최윤경 조합원은 해고자다. 대리점 관리자와 마찰을 겪은 후 계약을 해지당했다. 사회자는 "노조 설립신고증이 일찍 나왔더라면 해고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울먹이며 최씨를 소개했다.

최씨는 "저녁 있는 삶은커녕 점심도 못 먹는 삶을 살고 있고, 언제 해고될 지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지만 이제 노조라는 무기를 손에 쥐었다"며 "설립신고증이 나온 지금 노조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노예 같은 삶을 끝내지 못한다"고 독려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택배물량을 위탁받아 일하는 우체국위탁택배 노동자들은 노조에 축하인사를 건넸다. 표준계약서 작성과 택배단가 정상화를 위해 현장에서 함께 싸우자며 뜻을 보탰다. 이날 대회에는 택배노동자 35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보신각 대회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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